 (칼럼)전하(殿下), 아니되옵니다2015-12-08 18:44:59
법무사 최 정 욱
전하(殿下)
구중궁궐 청와대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찌 저희 민초들이 짐작이나 할 수 있으리오만 때때로 T.V에 비치는 어전회의에서 전하께서는 숨가쁘게 전교(傳敎)를 하명하시고 3정승(국무총리와 두 사람의 부총리)을 비롯한 도승지 이하 대신들은 전하의 하명을 마치 초등학교 저학년이 받아쓰기 하듯이 고개를 숙이고 비망록에 기록하느라고 좌고우면할 경황조차 없는 모습을 보면서 저- 코 큰 나라 미국의 백악관에서는 대통령과 참모들이 허심탄회하게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과 대비 되어 떨더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웃음기를 걷어 낸 전하의 용안과 경직한 참모들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면서 저런 분위기 가운데 과연 대통(代通)은 모르겠으되, 소통(疏通)이 이루어 질 수 있을까 ? 머리를 갸웃거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전하(殿下)
근자에는 뜬금없는 국사교과서의 국정화 강행이라는 정부 방침을 두고 사학자는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은 그 뜻 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보수와 진보로 양분되여 설왕설래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의문이 가는 대목은 그대로 두어 후세의 사가(史家)들이 가리도록 기다림이 옳은 일이거늘 어찌하여 더 큰 국가의 만기를 거두어 보셔야 할 전하께서 친히 옥수(玉手)를 걷어 부치고 “바른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차마 전하의 옥음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적절치 못한 격한 말씀을 하시면서 국정화 작업에 앞장을 서시니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여럿을 버리고 하나만을 고집하시렵니까?
역사를 통하여 교훈은 얻을지언정 혼을 배운다는 소리를 들은 바 없습니다.
오직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하는 자연과학과 달리 인문학에서는 다양한 이론을 접하여 본 뒤에 그 옳고 그름을 가리고 판단하는 것이 순서일진데, 국론이 분열 되였음을 탓하기 앞서 그 단초를 제공한 점에 있어서, 황공하오나 전하께서도 자유롭지 못하리라는 생각은 아니 해보셨나이까?
나만이 절대 선(善)이고 상대방은 절대 그르다고 말하는 권력자처럼 위험한 것이 없음을 저희는 지나간 역사를 통하여 진저리 처지도록 배웠습니다.
이 정도에서 국정교과서도 편찬 하고, 한편으로는 검인정 교과서도 인정하여 서로 비교분석하면서 배우고 익혀, 판단은 공부 하는 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전하(殿下)
2010년 9월 국사편찬위원장에 취임하여 2013년 9월 까지 재임한 이태진 서울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현행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모두가 중도 우파 또는 우파성향으로 분류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현행교과서를 종북. 좌편향으로 보는 시각에 대하여 같은 당의 정부가 어찌하여 이렇게 현격한 인식의 차이를 보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혹시 정부와 여당에서 2011-2012년 사이 2년간 쓰기로 했던 임시교과서를 가지고 좌 편향 공격의 근거로 삼는 것은 아닌 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말하면 그 역시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던 학자였습니다.
하나의 나뭇잎을 벌레가 먹었기로 서니 어찌 나무전체를 병들었다고 통째로 잘라내어서야 쓰겠습니까? 이래서는 아니되옵니다.
전하(殿下)
벼슬과 상벌이 사사로운 전하의 수첩에서 나오는 일이 이제는 없어졌으면 합니다.
정(情)은 끝이 없다 하여도 예(禮)에는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서경에 이르기를 관작은 사사로이 친한 이에게 주지 말고 오직 능력있는 이를 가려 써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나라의 동.서가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한 몸 일진데, 어찌하여 이 백성이 살고 있는 전라도 땅, 특히 전북지역에서는 그 흔한 장.차관은 물론 4천왕(검찰총장, 국세청장,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지칭)이라는 이른 바 권력의 핵심부에는 돋보기를 들이대고 살펴보아도 한 사람도 보이지 않으니 이것이 전하께서 옥좌에 앉기 전 전국 방방곡곡을 순회하면서 공약하신 탕평인사인지 솟아 오르는 의문을 잠재 울 수가 없습니다. 이래서는 아니되옵니다.
지난달 22일 새벽,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풍운의 정치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88세를 일기로 서거하셨다는 소식에 많은 국민이 비통해 하고 있습니다. 가시기 전 남긴 휘호는 “통합 과 화해” 였다니 이야말로 우리 사회 특히 정치인들에게 당부한 마지막 유언이 아닐까요? 모든 세상사에는 빛과 그늘의 양면성이 있게 마련인 진데, 전하께서도 한번쯤 되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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