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란도 동백 숲에 황금 알이 숨어있다2016-06-13 10:03:39
여울 김준기(시인. 전 교장)
황금빛 노을이 비단처럼 드리워진 포구 금란도에 백만송이 동백꽃이 어우러지고 선창을 가로지르는 연안도로 옆으로 월명공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해망동 거친 바람에 꽃비처럼 흩날린다면 어느 시인 묵객이 발길을 멈추지 않겠는가!
어찌 그 뿐이랴, 해지는 노을 따라 망망대해 서해로 배를 띄우면 신선이 노닌다는 선유도가 아기자기한 팔경을 거느리고 있는 고군산도 펼쳐져 있으니 차라리 이곳에 닻을 내리고 음유시인이 되고 싶지 않겠는가!
서해안 제2의 무역항을 자부하던 우리 군산이 이제 불꺼진 항구를 안타까워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요즈음, 무슨 꿈같은 넋두리냐고 하겠지만 현실이 어둡다고 꿈마저 잃는다면 우리는 영영 일어서지 못하게 되겠기에 27만 군산시민의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서자는 것이다.
불꺼진 항구, 침체된 도시, 흉물스런 일제잔재에 묻힌 가난한 회색 도시에서 벗어나 아직은 미완의 새만금을 품고 산업도시로의 발전과 근대역사문화의 발굴에 온 시민의 지혜와 땀을 쏟아 가까스로 주목받기 시작한 군산의 미래는 이제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우리 군산의 자산은 금강으로부터 펼쳐지는 서해바다와 만경강 동진강이 흘러내려 고군산 연안에 쌓아 올린 광활한 간척지 새만금에 있다. 우리는 그 품속에서 풍요로운 군산을 이룩할 황금알을 키워내야 한다.
글쓴이는 2002년 즈음에 「서울, 살아야할 이유, 옮겨야할 이유 (강일모 : 2002)」라는 책을 전북과 충남 도지사, 국회의원, 교육감, 군산시장과 서천군수 등 20여명에게 선물로 보낸 적이 있다.
이 책에서 강일모는 한반도 수도 서울의 조건과 변천과정을 역사적으로 분석하면서 ‘21세기 한반도의 새 서울 후보지는 새만금을 품은 군산과 장항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21세기 아시아권의 중심으로서 군산과 장항이 통합하여 1백만 인구를 확보해 직할시로 성장할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 주장이 실행되기에는 정치 사회적, 기술 공학적 문제들이 있고 많은 시간과 자본과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꿈을 꾸어야 한다. 무모할 수도 있지만 꿈은 창조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개인의 꿈이 확대되어 민중의 꿈이 될 때 비로소 사실적 역사를 만든다.
내년에 개통될 군산 해망동과 장항을 있는 화합의 다리 ‘동백대교’는 군산과 서천의 발전에 새로운 기능을 창출할 것이다. ‘동백대교’라는 이름이 군산보다 서천 쪽의 지명도가 높다는 이유로 다른 의견도 있었지만 동백꽃은 군산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니 그리 배척할 이유는 아니다.
그보다 동백대교가 지닌 상생의 기능과 효율을 어떻게 하면 더 크게 창출하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이 동백대교 아래쪽에는 군산항 유역을 준설한 흙으로 이루어진 61만평이나 되는 인공섬 금란도(金卵島)가 있다.
군산시와 군산해양수산청은 ‘해상 매립지 정비·개발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하였으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개발에 따른 환경문제와 군산과 서천의 갈등, 지자체 중앙정부 민간기업 등 개발 주체 문제가 풀리지 못한 탓이다. 서천군은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는 2019년도에나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군산시는 아직 확실한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행정절차를 무시할 수 없지만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절차와 관계없이 전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이를테면 나무를 심는 일이라면 환경평가나 지역갈등의 장애를 받지 않을 것이다.
이제 금란도는 잠자는 섬이 아니다. 군산시민의 소망을 품은 황금알을 잉태할 생명의 섬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선 27만 군산시민이 참여하여 군산시의 상징인 ‘동백나무 1만 그루 심기’ 같은 전략적 이벤트를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나무들이 자라서 해운대의 동백섬이나 여수 오동도 서천 동백정의 동백 숲이 아닌 차별화된 ‘군산의 동백섬’을 이루고 거기에 군산시민의 소망을 품은 황금 알이 깃들기를 꿈꾸며 백만 송이 동백꽃을 노래할 온 세상 음유시인들이 찾아와 머물도록 금란도에 동백나무를 심자.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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