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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죽어야 산다!(去來覺道無窮花)

2017-04-25 10:20:41

원불교 군산지구장 흥산 조경철 교무

꽃피는 4월,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원불교에서는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께서 중생 제도의 거룩한 서원을 세우시고 일원의 진리를 깨달으신 4월이며, 스스로의 깨달음에 머물지 않으시고 만 생령을 깨달음의 길로, 낙원세계로 인도하시고자 교단의 문을 여신 개교의 달, 4월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4월은 낙원세계가 아니라 그야말로 아수라의 세계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혼돈 속에 소용돌이 치고 있습니다.

무능한 지도자를 앞세워 저지른 사사로운 한 개인의 국정농단 사태의 전반에는 ‘책임’이라는 키워드가 관통하고 있습니다. ‘책임’이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상응한 처분을 받는 자세를 뜻합니다.

그러나 작금의 불행한 사태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죽지 않기 위해서 책임을 떠넘기며 진정으로 살 수 있는 길이 아니라 죽음의 구렁텅이로 스스로를 몰아가고 있습니다.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데 사실은 그것이 죽음으로 몰아가는 자충수임을 왜 그들은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들 중 대부분은 종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독실한 신앙인들도 많습니다. 그들이 신앙하는 종교의 가르침이 과연 오늘의 불행한 사태를 만들도록 인도한 것일까요?

카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본인의 처소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이런 말씀을 전했습니다. “위선적인 신자보다 무신론자가 낫다” 유일신을 신앙하는 카톨릭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종교인이면서 그 삶은 종교적이지 못한 이중적인 행태를 지적하는 매서운 회초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출생과 죽음의 사이를 삶이라 부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미 출발점을 떠나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죽어가는 것이라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 말장난 같은 화두에 의심을 걸어보아야 할 때입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우리의 삶의 본질에 대하여 이렇게 정의해 주셨습니다.

거래각도 무궁화(去來覺道無窮花)

가고 오는 도를 깨닫고 보니 무궁한 꽃, 즉 불생불멸하는 꽃이라는 의미입니다.

생사거래의 이치를 깨고 보면 불생불멸의 진리와 함께 생사와 인과가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 마치 영원히 피고 지는 꽃과 같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 말씀을 오해하곤 합니다.

영원히 피고 지는 무궁화란 새로 피는 꽃이 그전에 진 그 꽃이 아니고 다만 피고 지는 그 이치가 영원하다는 것이며, 지금의 내가 영원히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죽어야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영원히 사는 길을 찾지 못하고 현재 나의 목숨 연명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더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해, 그것이 영생의 길인 줄로 착각한 채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욕망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가장 비종교적인 삶을 살아가며 스스로의 생명을 단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잘못을 인정하며 책임을 지는 것이 당장은 죽는 것 같으나 다시 살 수 있는 부활의 길이며,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당장은 사는 것 같으나 다시는 살아날 수 없는 영원한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 것임을 대각의 달, 그리고 불행한 대한민국의 4월을 살며 꼭 깨닫는 봄날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