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애송시 「국화 옆에서<미당 서정주>」이다. 미당 서정주(1915-2000)의 문학세계를 집대성한 ‘미당 서정주 전집’(은행나무) 20권이 발간되었다.

전집은 그의 시 1천여편중 950편과, 산문, 시론, 방랑기, 만화집, 소설 등 서정주의 10대부터 80대 까지 생전 60년간 남긴 글들을 담았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친일 시 4편과 전두환 생일 축시는 미당 생전에 시집에 묶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집에 싣지 않았다.

이 전집 발간은 미당의 제자이자 전문연구가인 고려대 이남호 교수 등 다섯 명이 참여하여 5년 동안 작업했다고 한다.

  미당 서정주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는 상황이다. 시인의 문학적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자는 시각에서는 그가 남긴 아름다운 시들과 엄청난 분량의 작품이 한국문학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며 그의 시를 통한 예술성의 독보적 경지는 감히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친일 친독재의 글들이 그의 문학에 작은 오점이 될 수는 있으나 미당의 업적을 훼손시켜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의 친일 친 독재 찬양의 글이 미당의 민족적 정체성의 모호함과 작가로서 권력에 오염된 양심을 표출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으며 일신의 영화를 위해 민족과 역사 앞에 보인 타락한 작가정신은 그의 문학적 영향력 만큼 온 국민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주장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한국작가회의와 민족문제 연구소가  미당문학상 폐지를 주장하고 송경동 시인이 수상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이유이다.

  미당 서정주가 가미카제특공대에 투입된 조선인 청년을 미화한 ‘미쓰이 오장 송가’를 쓰는 등 친일행적과 전두환 대통령 생일에 축시를 써 바치는 등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을 찬양한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하여 이 교수는 생전에 미당이 ‘깡패 같은 사람을 치켜세워주면 사람을 덜 때리고 덜 죽일 것 같아서 그랬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 말에 그의 진정성이 담긴 반성이나 후회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잘못된 행적을 농담으로 회피하려는 듯한 느낌을 더 강하게 주기 때문이다.

  이남호 교수는 “정치는 짧고 예술은 깁니다. 긴 역사 속에서 다른 것들은 사라지더라도 미당의 문학은 문화예술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미당은 겨레의 고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시인이며 한국어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의 시를 썼으며 비언어를 포함해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유산을 남겼습니다.”라고 주장하며 서정주 시인의 정치적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그가 이룩한 문학적 미학이 퇴색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학이든 예술이든 작품과 작가의 삶을 따로 평가할 수는 없다. 인간적인 삶의 자세가 진실하지 못한 작가의 작품에 진정한 예술정신이 담길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학이 미사여구로 포장한 말장난이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미당이 살아온 생애를 함께 산 많은 문학인 가운데는 친일행적으로 오점을 남긴 안타까운 사례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어려운 시대적 상황이 불러온 불행이라고 변명하며 국민적 비판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탁류를 쓴 채만식은 해방 후 통렬한 반성의 글을 써서 스스로를 성찰하였고, 수년전 통영 출신 유치환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친일행적에 대하여 아버지를 대신하여 국민 앞에 공개 사죄하는 눈물겨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글쓴이는 미당의 유적지를 돌아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를 따르는 제자와 문인들과 유족들이 국민 앞에 고해성사하고 미당의 공과 과를 함께 품어 문학적 업적을 평가 받을 수는 없을까? 왜 고해성사를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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