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상(賞)의 품격과 공정성2017-12-29 17:13:38
오현 수필가
상이란 받을수록 좋다고 한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즐겁고 기쁜 일이다. 자신의 노력에 대한, 어떤 언행이나 업적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상을 무엇 때문에 받게 되는지 또 어떤 절차로 상이 주어지는 것인가 그것이 중요하다. 이는 상이 지니는 의미가 상의 권위와 품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받는 사람이 자랑스럽게 여겨야 상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받는 사람이 자랑스럽지 않다면 그만큼 상의 의미는 상실되는 것이다.
상은 사람에게 성취감과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의욕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어떤 상이든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면 영광인 것이다. 그렇지만 상을 사양하거나 거부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스스로 상 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사양하고 상 자체가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며 수상을 거부하는 경우도 간혹 보게 된다.
상이 상다우려면 무엇보다 권위가 있어야 한다. 그 권위는 상금에 있지 않고 공정성과 엄격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랑스런 상을 받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면 그리고 지탄을 받는 사람이 상을 받게 되면 그것은 상이 아니라 욕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오래 전에 타계한 원로 소설가 황순원 선생은 세속적 문학 활동이나 영예를 거부한 채 고고한 삶을 살았다.
선생은 소설로 예술원상, 아시아자유문학상, 한국문학상 등을 수상했지만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 상은 거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어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수여 하려하자 “나는 소설가로 충분하다”고 사양했고 1996년에는 정부의 은관문화훈장 수여자로 결정되었지만 거부를 했다.
사실 수상자와 어울리지 않는 상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선생은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원래 상에는 뒷말이 많은 법이다.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 모두 흔쾌한 상이라면 좋을 터인데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은 어떠할까! 상을 의식하지도, 상을 타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을 타게 되는 경우 말이다.
자기가 추구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할 일을 하다 보니 인정이 되어 상을 받게 되는 그런 상이라야 한다.
절대다수가 공감하지 않으면 뒤에서 쑥덕공론이 벌어지는 게 상의 속셈이다.
정몽주의 ‘포은집’에 바로 이런 점이 지적되어 있다.
“상벌은 나라의 큰 법규이니 한 사람을 상 주어 천만 사람을 권장하고 한 사람을 벌주어 천만 사람을 두려워하게 하는 것이니 지극히 공평하고 지극히 맑지 않으면 그 중도를 잃어서 온 나라의 인심을 강복시키지 못하옵니다”
몇 백년 전의 우려가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가적 상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상의 제도에서 불공평하고 허점과 비위가 드러나고 있어 상 자체가 유명무실한 경우가 되고 있는 것이다.
10여 년 전 모 방송국의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김수현 작가가 한 말이 떠오른다.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인물에게 주는 상은 그 자체가 쓰레기다”라는 독설을 퍼부어 논란이 된 일이 있었다.
상의 권위는 상의 주체나 성격이 아니라 심사의 공정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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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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