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참나무열매 도토리2020-11-17 09:55:09
오현 수필가
오현 수필가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를 참나무라 한다.
이들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가 도토리다. 임진왜란 당시 의주로 몽진한 선조 임금은 제대로 먹을 만한 음식이 없자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 먹었는데 그 맛에 즐겨 찾았다고 한다.
참나무 열매로 묵을 만들지만 주로 상수리나무 열매를 많이 이용한다.
도토리는 한 때 구황식물로 배고픔을 덜어주었다. 유년시절에 도토리묵을 많이 먹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요즘은 별미 건강식으로 찾고 있다.
예전 배고픈 시절 먹었던 도토리가 장, 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하며 설사, 치질, 거담, 지혈 등에 효과가 있어 식품이자 약용식물로 용도가 다양하다.
굴참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어느 왕의 피난처가 되었다 하고 고승이 절을 찾는 길잡이가 되었다는 울진 굴참나무(제196호), 강감찬 장군이 지나가다 지팡이를 꽂은 것이 자랐다는 신림동 굴참나무(제271호), 봄이면 소쩍새가 와서 울어 풍년 들게 해준다는 안동 굴참나무(제288호)가 그것이다.
노래에 나오는 참나무는 떡갈나무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노래에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라는 노랫말의 떡갈나무를 갈잎나무라고 한다.
식물학자 차윤정, 진승훈 부부가 쓴 ‘신갈나무 투쟁기’ 책은 도토리의 일생을 기록하고 있다.
참나무의 모든 나무는 모양새와 쓰임새, 자라는 곳이 다르지만 도토리를 열매로 맺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 도토리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부터 싹이 트고 100일, 숲에서 자란 13년, 꽃을 피우고 성년식을 치르는 20년, 그리고 숲의 주인이 된 50년을 거쳐 생을 마감하는 100년에 이르는 신갈나무의 기록이 이채롭다.
땅에 떨어지자마자 데굴데굴 굴러 세상에 던져진 후 어미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고 겁이 나고 힘겨울수록 어미가 그립다. 도토리 한 톨을 우리네 인생살이처럼 비교했다는 점에서 교훈적이다.
나무도 죽음을 맞이한다.
마치 인간의 죽음을 관조하는 듯하다.
모든 생명체는 죽음을 맞게 되고 그저 흙으로 돌아가는 이치이거늘 땅의 자양분을 먹고 자라서 다음 세대를 위해 자양분으로 돌아가는 일이 순리이기에 미련이 있을 수 없다.
죽는 일이란 모든 생명이 가지고 있는 절대속성이다. 나무는 쓰러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생명활동을 하지만 죽음 앞에 절대 번민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순환이 있기에 사람처럼 복잡한 절차나 형식을 가지지 않고 죽음 앞에 부산스러움도 없다.
나무는 그저 살아가는 활동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다.
자신이 주저앉은 그 자리가 바로 무덤이고 저승이다. 그렇게 나무는 자기 성숙으로 경쟁을 하는데 인간은 그렇지 않다. 남을 시기하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음해를 한다. 저마다 자신의 능력대로 살아가는 나무처럼 인간도 자신의 능력을 키워 건강한 시샘으로 살아갈 수 없을까! 대부분 나무는 꽃과 열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연에 무관심하다.
참나무 열매의 도토리처럼 우리 주변에 유형, 무형의 나무들이 혜택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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