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근면 성실의 소(牛)처럼2021-01-04 10:42:39
오현 수필가
첫 눈, 첫 사랑, 첫 아들 등 단어에 접두사 ‘첫’이 붙으면 마음이 설렌다. 새로운 세계로의 경이로운 발걸음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감각이 퇴색하니 ‘첫’의 감동이 있을 때 오롯이 만끽하는 경험이 소중하다. 새해 첫 칼럼을 쓰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본다.
지난 한 해 동안 부정직한 작태를 보면서 이 사회에 만연된 부패의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아왔다. 정치도, 국민도 사회도 분노로 날이 서 있으면서 미덕과 아량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대립의 구도로 몰고 가서 한쪽을 쓰러뜨려야 내가 산다고 비분강개한다. 서로 한 치의 양보가 없다. 헌신, 겸손, 예의는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를 맞았다. 우리는 예부터 소를 가족으로 대해왔다. 가족은 식구라 부르고 소는 생구(生口)라 불렀다. 한 집에 사는 하인이나 종을 생구라 부르던 시절이었기에 소는 그만큼 존중받았던 것이다. 호랑이에 못지않은 힘이 있으면서도 사람에게는 항시 유순하고, 꾸준한 희생으로 생을 마무리하면서도 너그럽기만 하다. 소의 심성 앞에 우리네 영악한 사람들은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소는 말이 없어도 열두 가지 덕이 있다’고 여겼다. 무엇보다 근면과 성실의 상징이다. 그것은 부와 재산을 가져다주게 되는 것이다.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처럼 소띠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끈기 있고 꾸준히 노력해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 귀에 경 읽기’ ‘황소 고집’처럼 소 하면 고집 세고 미련함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우직스러운 성격은 곧 충직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소는 문학 작품이나 그림을 통해 여유와 한가로움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요절작가 ‘이상’의 수필 ‘권태’에서 되새김질의 강한 권태감을 표상한 것도 이러한 속성의 변형이다. 옛 사람들 중에는 소를 타고 유유자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김홍도의 ‘목우도’와 ‘군선도’ ‘나들이’ 같은 그림은 우리 조상들의 정신적 풍요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일제시대 암울했던 생활 속에서 화가 이중섭은 역동적인 소를 모티브로 활용해 우리의 순박하면서 숨겨진 에너지를 나타냈다.
8가지 덕을 지닌 소에게서 배워야 할 게 많다. 서두르지 않는 꾸준함, 피하지 않고 가는 것, 잘못을 되새김하는 것, 자애로움, 재물을 안겨다주는 것, 불행과 병을 몰아오는 귀신을 막아주는 것, 초연하게 유유자적함, 인간에게 교시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1637년(정축년) 인조 임금이 삼전도에서 청나라 태종에게 수모를 당했으며 1925년(을축년)에 전국의 하천을 범람시킨 대홍수가 바로 소의 해에 일어난 큰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박목월 시인의 ‘황소예찬’에서 소가 지니고 있는 어진 눈, 엄숙한 뿔, 슬기롭고 부지런한 힘, 유순함, 성실, 근면, 인내 등의 덕성을 예찬했다.
모두가 힘들어하는 코로나19가 새해에도 더욱 빠르게 번지고 있다. 소의 덕성에 힘입어 불안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생활이 되었으면 한다.
여기에 민생을 뒤로 한 채 갈등과 대립의 상태에서 벗어나 상생과 화합을 이루어 국민을 위하고 국익을 위하는 정치를 하길 바란다.
소의 해, 근면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며 함께 살아가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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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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