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핫한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이다.

뭍에 올라온 자라가 들짐승들의 상좌를 다투는 모습을 보고 토끼를 부른다는 것이 그만 잘못 불러 호랑이가 내려오는 모습을 묘사한 장면이다. 이날치 밴드와 한국관공공사에서 제작한 한국홍보영상에 등장하는 판소리 수궁가 대목은 2억 5천만뷰를 기록했다.

요즘 판소리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 영상이 화제를 일으키며 청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 것은 어찌보면 해외에서 반응이 컸기 때문이다.

흔히 충동적인 리듬에서 느낌을 그루브 grove라고 한다. <범나려 온다>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리듬패턴과 춤, 사설의 타령이 상호작용하며 흥을 불러일으킨다. 리듬에서 느껴지는 그루브와 춤추는 이들의 흥이 사설과 어우러지면서 판소리에 새로운 감각을 더했다.

이날치 밴드의 음악을 접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범나려 온다>는 판소리 원곡을 찾아 듣는다. 어떤 이들은 완창 판소리를 듣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리꾼이 되고 득음에 이르는 과정은 힘들고 고달프다. 우선 긴 시간을 노래부르기 위해 몇 권의 책 분량의 사설과 곡조를 익혀야 한다. 또한 어느 시기를 정해서 득음을 위한 독공을 해야 한다.
 
판소리 명창들의 독공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소리를 하며 검붉은 피를 토하고 잇몸이 들떠 이가 흔들리고 솟기도 하며 장기가 손상을 입어 몸이 땡땡 붓는다고 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똥물을 구해 먹기도 한다. 독공의 장소는 산사나 토굴, 폭포수 아래에서 이며 횟수는 한두 차례로 끝이 나지 않는다.

오정숙 명창(1935~2008)은 백일공부를 열 번 채우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세우기도 했다. 소리꾼의 독공의 일차적 목적은 득음이다. 이런 혹독한 훈련은 단순히 득음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판소리 명창들 중에는 자신의 더늠을 만든 이들이 있다. 소리꾼은 자신을 바치는 독공으로 득음을 하고 자신만의 더늠을 넣어 예술적 표현을 확장해 갔다.

작년에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보유자로 군산 출신 김수연(1948년생) 명창을 인정 예고했다.

김수연 명창은 8세 무렵 군산국악원에서 소리사범이던 김재경 명창에게 소리를 배우면서 입문, 이후 서울로 상경하여 미산 박초월(1917~1983) 명창에게 흥보가와 수궁가를 사사했다.

김수연 명창의 소리는 상하성을 넘나들며 화려한 시김새으로 유명하다. 타고난 목이 좋지만 지난한 노력에서 얻어진 득음으로 소리하는 대목마다 호소력이 깊고 애잔한 정서를 탁월하게 표현해낸다.

김수연 명창의 국가문화재 지정은 반가운 소식이다. 아마도 소리꾼들의 혹독한 수련을 통해 얻어진 득음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더늠을 만들어 전승된 것이 판소리의 끈질긴 생명력의 원천이 아닐까.

우리는 판소리를 듣지 않고도 살 수 있다. 그렇지만 판소리가 없다면 세계 속의 문화민족이라는 자부심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 민족만이 가진 전통예술 판소리를 지킨다는 것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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