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 전쯤 아내가 발목을 다쳤다며 급하게 응급실로 가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인대가 끊어졌지만, 다행히 큰 수술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철렁했던 마음은 다시금 안정을 찾게 되었고, 이내 현실적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목발이 없으면 이동하기 불편했기에 당분간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일을 보기 어려웠다. 그렇게 우리 가족들은 신체장애가 있는 분들이, 그 가족들이 느꼈을 지점들을 조금이나마 경험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나아가며 목발 없이 발목 보호장구만 착용하고 걷기 시작하면서 아내는 그전에 보이지 않았던 주변의 시선을 느끼기 시작했다.
목발을 짚고 다닐 때는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 시선에서 ‘이 사람은 일시적인 사고로 인해 불편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목발을 내려놓고 절뚝거리며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주변에서 나를 그전보다 더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순간 잠시 정적이 흘렀고 아내는 자신 또한, ‘그전에 이런 생각으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불편한 시선을 보냈겠구나’ 하며 잠시 자신 안에 깃들어 있는 의식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편견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글을 통해 장애인식 개선 필요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에 보이지 않게, 때론 너무도 극명하게 나타나는 편견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편견이 커지면 차별 행위가 나타나고, 그 차별 행위가 커지면 혐오, 학살에 이르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5월은 가정의 달로 누구나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으로 기대하나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도 누군가는 차이에서 비롯한 편견과 차별, 혐오와 전쟁 중이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되므로 평화의 방벽을 쌓아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이라고 말한 유네스코 헌장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우리는 물리적 전쟁뿐 아니라 사회적, 심리적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내 마음에 깃든 또 다른 나와 싸워 이겨내도록 평화의 방벽을 쌓아야 할 때다.
때마침 5월은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라고 결정한 것을 기념)’과 21일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2002년 유엔이 지정)’을 기념하고 있다.
특별히, 5월을 보내며 우리 주위의 다양성의 주체로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 바라보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는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2014년 제정)에서 목적에 두고 있는 개인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사회통합을 넘어 세계평화와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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