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피보통학교 고향 후배로서 채만식과 교유했던 고형곤(고건 전총리 부친, 1906-2004)은 그를 ‘성격이 조촐해서  필요 이상의 호의를 베풀지 않고 기발한 풍자를 잘했던 미남형 재주꾼’이라고 평했다.  

  이무영이 1956년 쓴 칼럼에 따르면 채만식은 죽기 10년 전에도 폐를 앓고 있었다고 기록했다. 채만식이 1940년 개성에서 안양천변 6칸 초가로 이사후 양식이 없자 양식을 꾸러 이무영을 찾았다. 둘은 보리쌀 한 말에 쌀 닷 되를 작대기에 꼬여들고 십 리나 되는 역까지 걸었다. 그때 채만식은 건강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 했었다. 

  해방 후 그는 고향으로 이사 후 얼마 안있어 다시 서울 충정로로 이사를 했다. 그 후 이리로 돌아온 것은 1947년으로 주현, 고현, 마동을 전전했다. 그의 빈번했던 이사는 가난 때문이었다.

  1948년 6월 장편 ‘탁류’의 3판 인세와 ‘잘난 사람들’ 고료로 주현동에 기와집을 샀다는 기록이 있긴 하지만 1년 만에 어떤 이유로 그 집을 팔고 초가집(마동 296번지)으로 옮겼으며 병은 악화만 되었다. 

  해방후 문인들의 생활이 말이 아니었듯이 그도 예외일 수는 없었지만 작은 형의 금광업의 실패로 재산이 소진되어 이리에 살면서 극심한 생활난과 투병의 틈바구니 속에서 지칠대로 지쳐간 것이다.

 꼼꼼하게 일상을 살았던 그는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2주일 전에 병석에서 49세라는 젊은 나이에 지병이었던 폐결핵으로 ‘채만식문학’의 상아탑을 남기고 숨져갔다. 자신에게 밀려오는 죽음을 준비라도 하듯이 생전에 장의를 염려하며 200자 원고지에 조목조목 꼼꼼하게 유언장을 써내려갔다.

 큰손자 채석재가 소장하고 있는 유언장에 따르면 그가 얼마나 결벽이었는 지 가늠할 수 있는 점이다. 유언장은 이리에서 투병시 간호했던 혼외부인 김씨영에게 전달되었겠지만 가족들, 이무영 등 문인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당부였을 것이다.

 ‘장의(葬儀)는 화장, 혹 화장시설이 없으면 공동묘지로 지장하되, 되도록 화장하라. 유골은 바다에 띄우는 것이 원이나 아(兒) 등이 장성하여 섭섭해할 지 모르니 계남리 할머니 산소 앞 서편 다박솔 밑에 매장하라. 상여는 리어카 상여를 쓸 것, 남의 시체국 묻은 헌 상여에 누워 무지한 상두꾼의 호해 호해 소리를 들으며 나간다는 것은 생각만 하여도 불쾌하다.

 자연화가 있을 계절이면 산야에서 자연화를  많이 끊어다가 동절이거든 가화를 사서 리어카 상여를 싸고 마포 한 필을 양단하여, 줄을 매어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끌고나가게 합니다. 음악 불요. 수의, 마포로  고의적삼, 건(巾), 보선에 한할 것. 주상(主喪)은 없습니다.

 둘째 중형님, 혹 계열(아들)이 와서 함열형(본처 은선흥)의 주상을 주장하더라도 망인의 유언을 어기지 못한다고  단연 거절할 것. 평생을 불고(不顧)한 자식에게 사후 주상 노릇을 받는다는 것은  염치도, 체모에도 어그러지는 노릇입니다.

 복상(服喪), 가족이 3일간 근신하고, 3일로써 탈상할 것. 사진을 한 장 택하여 두니 그것을 대형 혹은 중형으로 확대, 안방 아랫목 또는 대청에 넣어 놓고, 아(兒) 등으로 하여금 늘 보며 생전의 유훈을 되풀이하여 주시오. 제사, 사일(死日)날, 그 사진을 내려 책상 위에 놓고 정화수 한그릇을 고여, 상일을 기념하게 하시오. 음식물 장만 전폐.’ 라고 당부 했다.

 채만식은 염려라도 하듯  ‘진작부터 부탁도 하였지만 상여, 리어카로. 자연화를 한 다발씩 가지고 오시든지 계절이 아니면 가화를 만들어 상여를 덮어 주시오. 끄는 주력(主力)은 리어카 상여 가지고 온 사람이 하겠지만 마포로 줄을 매어 여러분이 양편에서 끌어 주십시오. 음악 무용(無用). 만장 등 깃발 무용’ 이라고 가족과 가까운 문인들에게 또 다시 신신당부를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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