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들의 사소한 태도를 보면 매우 흥미롭다. 아니다. 흥미롭다는 표현보다는 새롭다는 표현이 더 가까운 듯하다. 사람들의 무궁무진한 성향을 빗댐이다. 

 태도는 은연중에 나타난다. 깻잎 한 장을 나누더라도 ‘선뜻’ 내어주는 마음은 지극히 아름답다. 그러나 그 한 장의 깻잎이 아까워 떨리는 손을 보았다면, 그러니까 주는 이가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태도를 보였다면 주는 이나 받는 이나 그리 행복한 마음은 아닐 것이다.

 한편 어떤 채소를 나누려 하는데 비닐봉투가 없고 흙 묻은 신문지밖에 없을 때, 신문지에 흙이 묻어 있는 채로 대충 싸서 보내는 이와, 신문지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채소를 나름 정성껏 포장해서 보내는 이가 있다 하자. 후자의 경우, 받는 이는 주는 이의 손길 온도까지 측정하며 더 고마워하지 않을까. 물론 주는 이의 소탈함 내지는 무던함과 예민함과 소심함의 차이는 있겠다. 하지만 ‘태도가 그 사람의 본질’이라는 말이 있듯, 주는 이의 사람을 대하는 무의식적인 태도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추석 때의 일이다. 멀리, 고향 경로당 입구에 낯선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하고 있는 게 보였다. 막 커브를 돌아 마을 입구에 들어섰을 때, 도로에 인접해 있는 밭에서는 땅콩 수확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도로 위에, 뽑아놓은 땅콩나무가 길게 줄을 지어 놓여 있었다. 비좁은 도로를 필자가 탄 차량이 지나가려면 땅콩이 손상될 게 뻔했다.

 그런데 정차하여 어떻게 지나갈까 고민할 틈도 없이 경로당 입구에서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 중 한 분이 달려나와 순식간에, 참으로 재빠르게 도로 위의 땅콩나무를 한아름씩 안아 밭으로 내려놓는 것이었다.

 필자가 알고 있는 고향 사람은 아니었다. 낯선 사람, 차림새로 보아 귀성객 같아 보였다. 그럼에도 밭에서 일하는 분들을 대신해서, 지나가는 차량 운전자를 대신해서 온몸으로 배려하는 태도를 보였다.

 감동이었다. 이 감동 앞에서 어느 재력이, 직위가, 학력이 무슨 힘을 가질 수 있을까. 그 분은 아마 고향 마을 어느 어르신의 후손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기에 고향 마을이 자랑스럽고 그런 가정 교육을 담당했을 어르신이 고맙고 그 훌륭한 인성을 가진 분의 배려가 가을 햇살보다 더욱 눈부셨다.

 필자는 차창을 내리고 큰소리 내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 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환하게 웃어 주었다. 손까지 흔들어 주었다. 

 진정한 배려는 우러나오는 것이다. 의도된 배려는 배려가 아니다. 가식이다. 그런 측면에서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의심하지 않는다. 보다 나은 사회적 환경을 원한다면 어떤 사회적 성공보다 인간의 격格을 쌓는 토대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가정 교육과 인성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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