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이 거리두기를 심리적 거리로 오해하는 이가 더러 있다. 아니다. 그때그때 스스로에게, 상대에게 진솔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 시간이 지난 후 후회가 남지 않는 거리여야 제대로 된 거리두기의 완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십수 년 동안 학생들 강의만을 해오다가, K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대학생 및 성인들 강의를 시작한 지 햇수로 11년째이다. 학생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찾는 일은 성인에 비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직업군과 다양한 환경에 익숙해져 굳어진 성인들의 사고나 습관은 상대적으로 어렵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거리두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K대학교 수강생 중 한 분의 일이다. 그 분은 10년째 필자와 함께 수업하고 있다. 필자는 어느 약속 장소든 약속시간보다 대부분 20~30분 일찍 도착하는 습관이 있다. 약속은 신용이라는 나름 원칙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서이다. 더하여, 천재지변이 아닌 한, 장거리가 아닌 한, 늦게 도착하여 변명하는 것은 자타를 막론하고 구차하다 생각하는 까닭이다. 

 언급한 분도 필자와 비슷한 면이 있으나 필자와 다른 점이 있다. 

 학교 강의실은 행정실 근로대학생이 수업 전에 점등이나 냉온방을 미리 켜놓고 컴퓨터 제반 점검을 해놓고, 칠판을 모두 말끔히 정리해 놓는 등 강의에 불편없이 일 처리를 마무리해 놓는다. 그럼에도 이 분은 필자와 함께한 수년 동안 칠판은 물론 칠판지우개까지 재점검해 놓으신다. 뿐만 아니라 넓은 강의실 책상을 일일이 다 닦아 놓으신다. 수강생들은 깨끗한 책상에서 강의만 들으면 되게끔 말이다. 다른 사람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서 타인을 배려하는 것, 이것은 그 분만의 거리두기 방법이 아닐까.

 한편 필자는 작년에 이어 K시립도서관 초청 강의를 하고 있다. 이곳은 강의 시작 전에 주무관이 점등에 이어 냉온방을 켜고 책상 배열은 물론 강의에 지장 없도록 나머지 점검을 완벽하게 해놓는다. 그런데 이곳에도 K대 수강생 같은 분이 계신다. 그 분은 필자보다 먼저 도착하여 책상을 일일이 닦아 놓으신다. 

 어느 날의 일이다. 수강생 중 만삭의 임산부가 있다. 그런데 그 분은 아무도 모르게 곧 탄생할 아기의 배냇저고리를 미리 준비해 왔다. 돈으로 또는 그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으나 대부분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진솔한 생각과 마음과 행동이 일치될 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거리두기의 완성이 아닐까.

 자세히 보려고 해도 잘 보이지 않고, 때로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는 게 사람의 본질이다. 물론 타인을 보려고 하기 이전에 먼저 나부터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고 나를 먼저 닦아야 한다. 그래야 타인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아직까지 거리두기에 많은 실패를 거듭해 왔다. 나를 닦는 일에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거리두기, 그들로부터 다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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