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이 많은 개구리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인공 연못 바닥은 초가을부터 늦은 봄 내내 물 한 방울 없이 말라버린 상태다. 아파트 주변은 사방이 6차선 아스팔트 도로로 하루에 수 백 대의 차들이 끊이지 않고 지난다. 사람도 신호등 따라 정신 바짝 차려야 건너는 환경이다. 이들이 도로 밖 어느 풀밭이나 연못에서 살다가 목숨을 걸고 이곳에 왔다면 어떤 힘이 작용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폭폭 찌는 열대야가 지속된다는 예보다. 오늘도 견디기 어려운 후덥지근한 초저녁 어둠이 내리자 약속이나 한 듯 개굴, 개굴, 개굴, 개구리가 울기 시작한다. 뒤이어 고음의 청개구리가 꽥꽥꽥 울어대면 아주 저음의 맹꽁이가 맹꽁, 맹꽁, 맹꽁 울어대는 이들 특유의 떼창 막이 오른다. 모처럼 대하는 보기 드문 신기한 현상이라 창문을 열고 듣노라니 한여름 밤의 음악회에 초대받아 감상하는 낭만적인 기분도 든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떼창이 밤마다 며칠 째 계속되는 것이다. 좋은 말도 반복하면 듣기 싫고, 아무리 고운 노래도 연이어 불러대면 싫증이 나는 법인데, 초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녘까지 쉼도 없고 절재도 없이 계속 울어댄다. 자연의 소리가 공해로 변질되어 가는 것이다. 거기다 분수대 좔좔거리는 물소리와 배달원의 오토바이 굉음까지 어우러진 불협화음은 도저히 차분히 들을 수 없다.   

  이윽고, 사람들은 이들 떼창의 불협화음에 시달리다 못해 열대야 폭염으로 방안이 찜통이지만 창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창문을 닫고 커튼을 내려도 개구리 떼창은 여전히 창틈을 파고들어 잠까지 설치기 일쑤다. 그렇다고 어찌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고통스러워 귀를 막아도 본다. 이래저래 뒤척거리지만 잠이 오지 않다보니 습관처럼 텔레비전을 켠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라는 일부 정치인들의 고함과 삿대질로 아수라장이 된 화면이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 개구리 떼창의 불협화음과 어울려 오버랩 된다. 그렇구나. 말로는 상생과 협력을 하자면서도 타협과 양보를 내팽개친 그들의 불협화음과 개구리 떼창의 불협화음은 결코 다르지 않구나. 그러니 많은 국민들이 마음의 창문을 닫고 탄식과 한숨으로 열대야의 한여름을 힘겹게 보내고 있구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삶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밤새 떼창을 하는 개구리들의 본능적인 불협화음은 애교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나라와 겨레의 운명을 좌우하는 지도자들의 떼창 불협화음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기회만 나면 상대방을 헐뜯고 비방하며 편 가르는 데 여념이 없는 책임 있는 자들의 진솔한 태도 변화가 아쉽다. 하루라도 빨리 고질적인 편 가르기의 갈등에서 벗어나 타협과 상생으로 다 함께 잘 사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라도 모든 국민이 훌륭한 사람들 덕택으로 떼창 불협화음 공해에서 벗어나 듣기 좋은 화음의 여름밤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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