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 하굣길이었다. 동네 꼬마 서넛이 웅덩이에 돌멩이를 계속 던지며 막대기로 땅을 계속 두드리고 있었다. 아이들 하는 짓이 하도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아뿔싸! 낮은 언덕 아래 조그마한 웅덩이에서 기어오르던 누룩뱀 한 마리가 아이들이 던진 돌멩이에 거의 파묻혀 꼬리만 이따금 흔들어 대고 있었다. 그날 이후 며칠간 식사를 할 때마다 그 모습이 떠올라 비위 상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말았다.

  아이들이 뱀을 죽이는 마음을 왜 가졌을까. 그 당시 나도 뱀을 보면 깜짝 놀라 소름 끼치고 징그러워하는 편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성경에 에덴동산에서 뱀이 이브에게 선악과를 따 먹게 해서 결국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한 원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나님한테 벌 받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믿음은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어릴 적 초가집이었던 우리 집 부엌에 구렁이가 나타나 살강 위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어머니는 평소에 머리를 빗을 때 나오는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금이 간 흙벽에 밀어 두었는데, 이 머리카락을 접시에 놓고 불을 피워 살강 밑에 놓으셨다. 그러자 구렁이가 스르르 똬리를 풀더니 벽과 지붕 사이 틈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훗날, 머리카락이 단백질이어서 뱀이 그 타는 냄새를 싫어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은 하지 못했다. 다만, 초가지붕 처마 밑에 둥지를 짓고 사는 참새알을 먹으려고 나타났다는 말은 옳은 것 같다는 정도로만 이해했다. 

  모내기 철에 풀숲에서 일을 보다 뱀에게 물리고, 산골 아이들이 독사를 잡으려다 손등을 물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시골 방앗간 벼 껍질 쌓인 곳에 사는 쥐를 잡아먹으려 뱀들이 모여들었다. 한때는 산 비탈진 곳에 그물을 쳐 놓고 뱀을 잡아 소위 뱀탕 집에 파는 땅꾼들이 기승을 부렸다. 그런데 지금은 뱀을 함부로 잡거나 죽이면 처벌을 받게 되어있어 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달리, 뱀은 다양한 장점과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뱀은 생태계에서 곤충, 설치류, 파충류 등을 잡아먹어 먹이사슬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독사들은 해충이나 질병을 옮기는 동물들을 제거하여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 뱀은 놀라운 치유력과 회복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뱀은 몸 일부가 잘려도 다시 자라날 수 있는 특성은 의학적 연구와 응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많은 문화권에서는 뱀이 지혜롭고 예언적인 동물로 여겨진다. 성경에서는 뱀이 아담과 하와에게 선악과를 먹게 하여 인류의 타락을 가져온 것으로 묘사되지만, 마태복음에 보면, 예수님은 뱀을 사악한 존재로 보지 않고 '너희는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라고 나온다. [출처] 2025년 뱀의 해 |작성자 걸세 PD

  을사년 ‘푸른 뱀띠 해’를 맞이하여 뱀에 대한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며 지내고 싶다. 우리 조상들은 뱀에 대하여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많아서 12간지에 포함을 시키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 고장이 낳은 탤런트 겸 가수 김성환의 ‘약장수’ 노랫말 ‘비암 비암’을 되풀이하는 대목이 실소를 짓게 한다. 이 같은 사투리로 인하여 갖은 마음고생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긍정적으로 살아왔다는 그의 말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살면서 모두를 항상 잘할 수 없다. 때로는 잘못할 수도 있다. 이를 긍정의 힘으로 이겨냈으면 한다. 긍정의 힘은 언제나 부정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 본 내용은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