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모여 앉은 가족과 지인들도 설 명절 덕담을 나누는 예년의 평온한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이후 불거진 군산 지역경제 침체 상황이 여전한데다, 조선소의 뚜렷한 재가동 조짐도, 정부의 지원책도 아직은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이번에 또다시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내려지자 망연자실한 시민들은 말 그대로 참담한 분위기에서 설 명절을 보내야 했다.

매년 도심에 내걸리던 설 명절 행복하게 보내라는 기관 단체의 덕담 현수막은 눈에 띄게 줄어든 대신, 시내 곳곳에는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결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시민들의 분노 섞인 의지를 담은 현수막이 도심을 가득 메웠다.

수도권에서 고향을 찾은 박모 씨는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였지만 사실상 ‘경제 재앙’을 겪고 있는 군산지역의 참담한 지역경제 분위기에 대한 걱정들만 쏟아져 나왔다”며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군산의 안타까운 현실에 모두가 한숨만 내쉬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직원 김모 씨는 “지난해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을 앞두고 울산으로 떠나는 지인과 그 가족들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워하고 위로했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내 자신이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며 “결국 모든 게 불확실한 만큼 내 스스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잠 못 이루는 설 명절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정부에 대한 서운함과 불만을 표출하는 여론도 고개를 드는가 하면, 그래도 믿을 것은 정부의 관심과 사태해결 노력 뿐이라는 다소 역설적인 대 정부 민심도 확인되고 있다. 

군산시의회 김영일 의원은 “대통령 공약과 정부 차원의 군산조선소 정상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조선소가 가동중단 된지 7개월 여 만에 또다시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내려진 지금의 사태를 과연 군산시민들은 어떻게 받아 들이겠냐”며 시민들의 만만치 않은 대정부 불만 민심을 전했다.

이어 “군산공장 폐쇄 문제는 정부 차원의 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안인 만큼 대통령과 정부는 군산조선소 사태 당시부터 군산시민들에게 진 빚을 이번 기회에 갚아준다는 각오로 한국지엠 군산공장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재앙 수준의 지역경제 위기에 처한 군산을 살리기 위해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선출직 정치인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중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어려운 때일수록 지역의 인물을 잘 뽑아야한다는 교과서 같은 논리다.

주부 이모 씨는 “군산의 지역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군산시장 등 선출직 정치인을 잘 뽑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가족들의 의견이 많았다”며 “현재 거론되는 군산시장 입지자를 비롯하여 도의원 및 시의원 등에 대한 꼼꼼한 검증을 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 시의원 입지자는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결정이 내려지면서 군산시장이나 지방의원 출마예정자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과 눈높이가 매우 뚜렷해지고 있음을 느낀 설 연휴였다”며 “과거와 달리 학연, 지연이 아닌 위기대응능력, 높은 도덕성, 리더십 등에 대한 검증 욕구가 거세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에 이어 6월 지방선거를 4개월 가량 앞두고 불거진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결정이 군산시장을 비롯한 지방선거 입지자들에 대한 깐깐한 후보검증 욕구로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