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산업의 쌀과 같은 것입니다. 산업의 쌀이라는 표현은 기업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반도체가 쌀이었다면, 미래에는 신재생에너지가 쌀입니다.”

삼성그룹 전북투자유치 주역인 ‘삼성맨’ 출신의 김재명 전 전라북도 정무부지사(현 전북도 경제특보·전 삼성코닝정밀유리 기획혁신본부장 등 역임).

삼성이 새만금에 ‘그린에너지 종합 산업단지’ 구축을 발표한 지 하루만인 28일 전북도청을 방문,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김 전 부지사는 1982년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지시에 따라 반도체사업을 기획, 10년이 채 되지 않아 흑자로 이끈 주역 중 한 사람이다.

삼성 비서실에 근무하며 지근거리에서 이병철 회장을 보필한 김 전 부지사는 “기업 윤리적 측면에서 이익은 많이 나지만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이 있고 적자는 나더라도 꼭 해야 할 사업이 있다”고 말해오던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을 들려주며, “적자는 나더라도 꼭 해야하는 사업이 당시에는 반도체였고, 지금은 신재생에너지”라고 강조했다.

물론, 반도체가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삼성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킨 효자종목이었듯 신재생에너지 분야 또한 전도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김 전 부지사는 확신했다.

삼성이 ‘미래 산업의 쌀’인 신재생에너지를 새만금에서 시작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삼성그룹 내부에서 수 년간 검토작업을 벌여 1년 반 전부터 새만금을 신재생에너지의 전략적 요충지와 역세권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가 경영진에서 본격 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1년 6개월 전이라는 것이다.

또한 새만금이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수요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과 최단거리에 있는 만큼 지리적 환경도 삼성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지사는 “삼성이라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사업의 전략적 요충지와 역세권 등 아주 엄밀한 검토아래 사업계획 추진과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사업추진의 불투명성은 걱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세계 초일류기업이라는 네임밸류에 맞게 반드시 투자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게 수십년 동안 삼성그룹 문화를 체험한 김 전 부지사의 확신이다.

 이어 김 전 부지사는 삼성의 이번 MOU체결에 대한 이행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린에너지 종합 산업단지 1단계 투자가 2021년부터이지만 기업이라는 것이 예상 이외의 스피드에 맞추지 않으면 안되는 만큼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의 가속화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김 전 부지사는 본격적인 1단계 투자기간이 10년가량 남아있는 상황을 고려, 삼성의 사업추진 의지 지속성 가능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나는 오히려 새만금 투자시기도 앞당겨 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애초 계획보다 3-4년 빠른 2017년이나 2018년부터 건설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산단의 조기건설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특히 김 전 부지사는 “어제(27일) 삼성중공업의 한 고위간부와 통화를 했는데 그러면 자기네들도 사업을 좀 당겨서 해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과거 삼성그룹 투자를 전체적으로 기획한 입장에서 보면 통상 그랬던 것처럼 (삼성)내부에서는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며 건설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음을 뒷받침했다.

김 전 부지사는 ‘성공 신화’를 써 온 삼성의 투자 결정을 시작으로 새만금에 많은 기업들의 투자가 러시를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삼성이 들어오기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새만금 부지에 대한 검증은 끝난 것이고, 다른 기업들은 자신들의 사업만 검토하면 되는 만큼 많은 기업들이 새만금으로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전 부지사는 “특히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큰 대지가 필요한 데다 새만금이 위치도 좋아 장기적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곳에 투자하기 마련”이라며 “그런 점에서 새만금의 인프라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장기적으로 군산공항을 확장하고, 신항만 건설도 계획보다 당겨서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06년 8월 전북도 정무부지사에 취임했다 9개월 만에 아내 건강 문제로 사직했던 김 전 부지사는 “개인적으로는 부지사에 취임하면서 전북 도민과 김완주 지사, 그리고 내 자신을 위해 힘 닿는 데까지 삼성을 전북으로 유치해 보겠다는 약속을 했었다”고 지난날 자신과의 약속을 떠올렸다.  

 김 전 부지사는 “전북을 떠나고서도 그 약속이 마음 속에 희안하게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삼성이 새만금에 오게 돼 다행이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