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찍하고 깔끔한 실내에는 동일 상품군별로 배치된 각종 상점들이 정렬돼 있고 넉넉한 휴식공간에서 방문객들은 여유있는 시간을 즐긴다.

모퉁이에 자리잡은 쇼핑카트 보관대에는 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카트들이 줄지어 있다.

덤을 얹어주는 인심 넘치는 가게 주인들과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흥정하는 소리에 이곳이 시장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건물의 외관부터 재래시장임을 상상할 수 없는 공설시장은 옥외주차장, 무빙워크, 엘리베이터, 카트 등 대형마트와 매우 흡사하다.

신영동에 위치한 공설시장은 90여 년이 된 낡은 재래시장을 허물고 현대식으로 새단장하여 지난 3월 개장, 대형마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군산에 대형마트 2개가 들어서며 손님들의 발길이 급격히 뜸해지자 전통시장으로 살아남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시비 193억원 국비 97억원을 투입해 시설을 현대화화고 여성을 위한 교육시설을 마련했다.

1층에는 식품류와 마트형 슈퍼, 먹을거리 가게 등이, 2층에는 의류, 잡화,  미용실, 전문식당가 등이 들어섰다.

특히 대형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약재상과 대장간, 방앗간 등 특화점포를 1층에 배치해 재래시장 고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품목 수도 8,000개에 이르는데다 재래시장의 취약점이었던 공산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소형마트까지 입점해있어 젊은 고객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또한 재래시장을 불편해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인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옥외주차장과 공영주차장 등 488대분에 이르는 주차공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3층에 위치한 700여 평 규모의 여성교육장.

공설시장의 개장과 함께 영화동에서 이곳으로 이전한 여성교육장에서는 각종 실습실, 에어로빅실. 어린이 놀이방 등 편리한 시설을 갖추고 여성사회대학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

여성사회대학에서 강좌를 수강중인 주부 이모씨(36)은 “수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장을 보고 돌아간다”며 “다른 시장이나 마트를 별도로 찾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대부분 젊은 주부들이 자기계발을 위해 찾는 여성교육장을 공설시장 내에 배치하여 문화생활과 쇼핑을 한 곳에서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 매출증대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여성사회대학은 상반기에 558명이 수강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하반기에는 강좌수 증가로 수강생도 늘어나 시장 활성화에 더욱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도와 노력으로 군산공설시장은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주관하는 ‘2012 시장투어’ 추천코스로 지정됐다.

매출도 개장 전에 비해 평일은 20%, 주말은 30~40%나 껑충 뛰었다.

공설시장은 올 가을에는 문화공연을 통한 홍보효과도 노리고 있다.

시장가요제와 특가판매행사, JTV ‘와글와글 가요제’ 등 다채로운 행사로 시민들의 눈길을 끌어 구매로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침체된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문화와 손잡고 성공하는 나아가는 시장이 늘고 있듯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어 지역문화공간으로 활성화한다면 시장을 찾는 발길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시 관계자의 말이다.

아직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재래시장은 그래도 시장다워야 한다는 의식도 남아있고 이도 저도 아니어서 낯설다는 부정적인 눈길도 있다.

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2)는 “시설을 현대화 한 것에 그치지 말고 상인들의 의식도 높아져 더 나은 서비스와 품질로 고객을 맞아야 시장이 성공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김창호 공설시장 상인회장은 “상인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부합할 수 있도록 상인대학 등을 통한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집행부 구성 등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미비한 점을 보완해 나가며 마트형전통시장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