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포 뜬 것은 일단 가시가 없어야 돼. 그것이 젤로 중요허지.”
“그럼 아그들도 먹어야 하는디 가시가 있으면 안 되지. 내가 시장에서만 40년여. 여기에는 가시 하나도 없어. 얼마나 줄까.”
“그러니까 내가 여기만 오지. 나는 다른데 안 가. 그냥 이것저것 볼 것도 없이 제사 때는 일로 와. 3개(묶음) 줘.”
단골손님의 말에 열심히 맞장구를 치던 어르신이 커다란 봉지를 건넨다.
봉지에는 명대포 3묶음에 명태머리, 꼬리 등 부산물이 덤으로 함께 담겨 있다.
물론 대형마트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마트에서 대구 머리 주든가, 시장이니까 주제”
새해 첫 날을 기리던 명절, 설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설을 앞두고 가장 분주한 곳 전통시장을 찾았다.
＃공설시장은 북적북적
양대 명절 중 하나인 설을 맞은 공설시장 주변은 어느 때보다 활기에 차 있었다.
“어느 날은 마수도 못해 재계약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거라도 안 하면 뭐 할까 싶어 하긴 했다“던 어느 할머니의 자그마한 상가 앞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히 제수용품과 관련된 상가들은 손길이 더 바빴다.
오랜만에 오는 아들·딸 가족을 위해 새 이불을 둘러보는 사람들, 새 옷 마련에 나선 사람들이 오고가는 공설시장 2층도 생동감이 넘쳤다.
공설시장 내 전산시스템을 갖춘 생활용품 판매 매장 대표는 “명절 즈음에는 방문객 수가 평일 대비 40∼50% 정도 증가하며 많이 오실 때는 천 명 가까이 오시기도 한다”며 “이제 시장에서도 명절 선물세트도 사실 수 있으니 많이 방문하셔서 정도 느끼고 저렴하게 다양한 물건도 구매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에는 예년과 다르게 셀카봉을 든 젊은 청춘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한 예능프로에서 공설시장 매운잡채가 방영되며 유명세를 탔고 이를 직접 맛보고자 삼삼오오 무리 지어 들르는 것이다.
매운잡채를 파는 분식 코너 외에는 딱히 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내친 김에 젊은 주부들의 불만을 전해주자 김창호 군산공설시장 상인회장은 “한두번 와서 상인들이 불친절하다거나 비싸다거나 이야기하지 마시고 자주 오가며 불만도 직접 얘기하고 정도 쌓고 단골이 되다보면 더 신선한 물건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골목시장은 여전히 찬바람
매서운 한파가 한풀 꺾였다지만 아직 겨울 끝인지라 찬기는 가시지 않았지만 명산시장의 상인들 중에 전열기구를 켜 놓은 곳은 드물었다.
사방이 개방돼 더 서늘하지만 두터운 이불로 찬바람을 막을 뿐이었다.
설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하기도 했다.
명산시장, 영화시장, 동부시장 등 소규모 골목시장은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으로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한 어르신은 “명절에는 한꺼번에 살 게 많으니까 역전시장이나 마트로들 가지 여기는 더 안 돼”라며 “여기(오룡동 일대 주택단지) 다 철거되고 창성주공아파트 사람들은 여기 안 오고 갈수록 더 힘들어”라고 말했다.
옆 가게 상인은 “그래도 그짝은 박스 채로 팔 물건이나 있으니까 좀 낫제. 우리는 더 죽겠당게”라고 하소연을 하신다.
전통시장 활성화는 이미 익숙한 구호다.
각자 지닌 특색과 개성을 개발해 손님 끌기에 성공한 곳도 있고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운명처럼 쇠퇴를 받아들이며 그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곳도 있다.
더불어살기로 모두가 행복했으면 하는 명절이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