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소식이 전해진 13일, 어느때보다 한산한 한국지엠 군산공장.

그동안 군산공장 위기설, 한국지엠 철수설 등이 끊이질 않고 대두돼 모두가 설마설마 했으나 설 연휴를 이틀 앞둔 13일 오전 전격적으로 그간의 깊은 우려가 현실화 됐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오는 5월말 폐쇄 결정은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중단 된지 불과 7개월 여 만의 충격적인 소식이다.

더욱이,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부가 군산조선소에 대한 깊은 관심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산조선소 재가동 기미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불거진 지엠 군산공장 폐쇄 방침은 군산시민들을 망연자실하게 하고 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지금까지 군산은 물론 전북 경제의 동맥 역할을 해온 터라 이들 기업의 잇단 가동중단 및 폐쇄는 사실상 군산을 비롯한 전북지역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여러 지표면에서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 비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군산시에 따르면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에 이어 한국지엠 군산공장까지 폐쇄되면 군산지역 총생산액의 15.7%가 감소해 국가경제 손실 및 지역경제에 파장이 예상된다.

수출 역시 2016년 기준 전북 수출의 효자산업인 자동차, 조선이 군산 수출의 42.7%, 전북 수출의 13.6%를 차지했는데, 지엠 군산공장이 폐쇄되면 군산지역 수출의 절반 가량이 감소해 지역경제 황폐화는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2016년 기준으로 군산지역에서 자동차와 조선이 차지한 수출 실적은 42.7%, 이 가운데 자동차가 20%, 조선이 22.7%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함께 군산 지역경제의 양대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고용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시에 따르면 한국지엠 군산공장 가동중단에 따른 실직예상 인원은 군산공장 사무직 260여명, 생산직 1580여명, 도급 190여명 등 2000여명을 비롯해 협력업체 1차 35개사 5700명, 2차 100개사 5000명을 합친 135개사 1만 700명 등 대략 1만3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에 따른 실직인원 5000여명의 2.6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군산조선소와 지엠 군산공장 등 군산지역 경제를 뒷받침해온 양대 기업의 가동중단 및 폐쇄로 인해 근로자와 그 가족 등 대략 7만여명이 생계 위기상황에 접어들 것으로 시는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방침에 현재로선 지역사회가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모처럼 군산시와 군산시의회, 지역상공업계, 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모두 나서 한목소리로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정상가동 및 직원 고용승계를 전제로 한 매각 추진 등 다양한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현재로선 획기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군산상공회의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만약 군산공장 폐쇄가 현실화 된다면 지역 실업률 증가와 지역상권 몰락, 부동산가격 하락, 인구유출 등으로 이어져 군산경제 뿐만 아니라 전북경제를 붕괴시킬 위협이 될 것”이라며 “지엠은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정부는 군산공장 회생방안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산의 어수선한 지역경제 분위기에 편승한 일부 정치인들의 전시성 발언, 보여주기식 정책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가뜩이나 군산조선소에 이어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방침까지 대두된 지역경제 비상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이 낮거나 표심 만을 자극하기 위한 일부 정치권 인사들의 전략적·의도적인 발언이나 오버액션 행동이 나올 경우 오히려 지역사회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산경실련도 13일 성명을 내고 “이번 한국GM 군산공장 사태는 그 어떤 사람이 결정할 수 잇는 일이 아닌 만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군산의 정치력과 시민의 힘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정치적인 해법이 나올 때까지 뭉치고 이웃의 아픔을 싸매며 견뎌내는 군산시민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자영업자 채모 씨는 “어려운 상황에서 진정한 리더의 자질과 위기대응능력을 찾아볼 수 있듯이, 지금 군산이 처한 위기를 헤쳐갈 수 있도록 시민들의 단합된 의지 결집과 정치인들의 차분하고 냉정한 대처능력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를 탓하는 지역사회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군산시는 이날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군산조선소 정상화를 누누이 강조했으나 결국, 근로자를 비롯한 1만여명 이상의 인구가 군산을 떠나 지역경제가 초토화된 상태에서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마저도 현 정부에서 사전에 대처하지 못한 것은 군산시민에게 두 번이나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절망을 안겨준 것"이라며 강도 높은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