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20년이 넘도록 한국지엠 군산공장에 몸담으며 청춘을 바쳐 일했던 노동자 A(47)씨가 희망퇴직 후 불안감을 호소하다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7일 희망퇴직을 신청했던 한국지엠 부평공장 노동자가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 

조립라인을 통한 대량생산시스템이 가장 먼저 도입된 자동차 공장, 이들 공장이 전세계로 퍼지고 이러한 과학적 관리가 갖춰지면서 인간이 기계부품이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은 그 이면에 항상 따라다니고 있었다.

물량을 배정하지 않고 가동률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공장폐쇄를 선포한 회사,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자신의 선택에 불안해하던 한 노동자의 자살은 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엠이 과도한 매출원가, 고금리 차입금 등 부실경영을 했다는 근거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경영악화의 책임을 모두 뒤집어 쓰고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공장재가동이나 정부의 지원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현재 커다란 위기에 불안감이 극도에 달해 있을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보듬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더군다나 희망퇴직으로 노조의 도움을 받기 힘든 노동자들이나 구심점이 없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위한 조직이 필요하다.

◇각종 지원 원스톱 창구 시급

먼저 대내외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협력업체와 근로자들, 집안에 닥쳐온 위기에 위축된 가족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원스톱 창구라는 게 중론이다. 고용노동부 등 정부는 물론이고 한국서부발전이니 전북은행이니 한국은행, 전북도교육청 등에서 각종 지원책이 발표되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업체 대표나 노동자들이 일일이 정보를 찾아 다니는 게 어렵다는 지적이다.

군산참여시민연대 유재임 사무국장은 “군산시청 1층이나 산단 인근에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협력업체 관계자나 노동자들이 그곳을 찾으면 고용이나 복지, 상담 등 개인별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선 희망퇴직자나 해고자, 협력업체 퇴사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 함께 대책을 마련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선 사례로는 창원시가 국내 조선업 관련 실직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안정 및 재취업 등에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지원하기 위해 2016년부터 운영중인 조선업희망센터가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퇴직자들에 대한 다양한 교육은 물론 실직 가정의 아이들을 돕기 위한 공부방을 운영하고, 재취업 현장에서 해당 사업장의 문제점까지 컨설팅하며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재취업과 창업 등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 후 부산시와 부산고용노동청이 한진중공업 노사와 함께 운영했던 ‘한마음지원센터’도 있다.

이는 현대중공업 군산공장 가동중단 후 군산시 인구가 급감한 것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 군산공장이 지난해 7월 가동중단한 후 군산시 인구는 약 1600명 이상 감소했으며 27만 명을 수성하는 일도 이제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이 군산을 벗어나지 않고 군산에서 재취업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군산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우선 공장재가동과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 지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군산시 각 담당 계과가 별개로 전문성을 갖고 세심히 살피고 있는 중이며 차후 원스톱지원센터에 대해서는 논의를 해 보겠다”고 전했다.

◇적재적소에 지원 돼야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두 번에 걸쳐 쓰나미처럼 군산에 닥친 위기에 대응하는 시의 무능력한 모습을 보면서 기대치를 낮추고 있는 시민들에게 이제 군산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정부로부터 배부된 특별교부금 85억 원 중 군산시는 산단 주변 상가 활성화 사업을 위해 10억 원을, 전북도로부터 확보한 특별조정교부금 19억 원 중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결정으로 침체된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전통시장 활성화에 10억 원, 장애인체육관 건립에 5억 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내 한 경제 전문가는 “인구가 늘지 않고 공장이 돌지 않는 등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는 상황에서 산단 주변 상가를 어떻게 활성화하고 그동안 수백억원을 들여서 활성화를 도모해도 전혀 개선도 발전도 되지 않고 있는 전통시장을 어떻게 활성화하겠다는 것인지 군산시의 헛발질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생산의 6.8%, 수출의 20%를 좌우하며 전라북도와 군산시 경제에 기여해온 지엠 군산공장 근로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그들의 경제활동으로 2차, 3차 효과가 날 수 있도록 군산시가 중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