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천년명가’는 30년 이상 한 길 경영을 하고 있거나 가업을 승계한 우수 소상공인을 발굴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연계 지원하고 100년 이상 존속·성장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사업이다.
공모에서 서류심사, 현장평가를 통과한 10개 업체를 대상으로 발표평가와 암행심사 등 총 4차례 평가위 심사를 거쳐 평판도를 종합하는 등 엄격한 선정과정을 거쳐 탄생한 천년명가는 여러모로 큰 영광이자 도약의 기회이다.
선정 업체 중 가장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군산 일도당은 손재주는 물론 유려한 필체로 가히 명인이라 불리었던 아버지 손인기 씨와 아들 손남석 대표, 그리고 손자 손정배 씨까지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아버지 손인기 대표의 미적 감각은 후대에게로 이어져 집안에서는 홍대 출신이 3명이나 배출되기도 했다. 4남2녀 중 셋째 아들이었던 손남석 대표는 직접 가업을 이어받아 수제도장을 제작했고 인쇄업까지 영역을 확장해 오늘에 이르렀다.
일일이 먹을 갈아 한지에 글씨를 쓴 다음 칼로 하나하나 글자를 새기고 활판 인쇄를 하던 옛 방식부터 반자동 명함기, 인쇄 마스터기, 컴퓨터 도장조각기 등 일도당은 기술발전과 함께 전통과 현대 방식의 조화를 이루며 70년 이라는 세월 동안 ‘전통’을 구축해온 것이다.
이처럼 가업을 이으면서 켜켜이 녹아낸 기술이 있다 보니 다른 곳과 똑같이 기계로 판다하더라도 마지막 사포질에서 차이가 나고 마감작업도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옛 전통방식의 수제도장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같은 조각을 해도 수제도장에는 만드는 이의 정성과 마음이 들어가잖아요. 도장 자체가 갖는 의미가 있는데 성의 없이 만들기보다는 한획 한획 정성을 담아 나와 내가 만든 도장의 가치를 인정받아야겠다.”는 신념입니다.
이런 ‘명품’ 기술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보는 법, 일도당은 전국 각지에서 수제 도장을 제작하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개명을 한 사람들이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감에 특별한 도장을 만들 때 찾는 곳이다. 이들이 단골이 되는 데는 부인 이은자 씨의 역할도 크다. 다정하고 싹싹한 성격의 이은자 씨는 찾아오는 손님을 허투루 대접하는 법이 없다.
지역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손 대표는 시간여행축제에서 도장체험부스를 운영하며 옛 전통방식의 수제도장과 지역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 수제도장 도장을 관광기념품화하고 도장문화체험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지역에 관광객은 늘고 있는데 관광기념품이 없어 아쉬워하던 차였다. 이번 천년명가 선정에 따라 전문 컨설팅과 멘토링이 지원되기에 이를 적극 활용한다면 새로운 도전도 두렵지 않을 듯 싶다.
아들 손정배 씨가 4년 여 전에 조촌동에 일도당 2호점을 낸 만큼 쉬엄쉬엄 해도 될 듯 한데 손 대표는 손을 내젓는다.
“나는 쉬면 죽어요. 80살 먹을 때까지 할 겁니다. 감히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아버님의 도장들, 그 명성에 해가 되지 않도록 아버님의 전통기술에 현대를 잘 조화시켜 기념품화하며 일도당이 새로운 지역의 명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도당(一刀堂)이라는 이름처럼 한 우물을 파며 가업을 이어 전통을 구축해 온 손남석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속가능한 지역의 발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산업모델들이 기준이 되고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멀지 않았음을 그리고 그 토대가 되는 이렇게 지역에서 뚝심 있게 자리를 지켜온 이들에게 새삼 감사를 표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