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국으로 이름난 한일옥이 가게를 옮기며 2층에 특별한 문화공간을 마련했다.
뜨거웠던 열정의 나날들이 스산한 바람에 맥없이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전혀 지칠 것 같지 않던 더위도 아침, 저녁 불어오는 바람 한 가닥에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언제까지나 기세당당하고 영원할 것 같던 청춘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맥을 못 추니 말이다.
이제 어느새 청춘이 추억이 되버린 이들에게 반가운 공간이 마련됐다는 소식에 달려가 보니 뜻밖에도 무국으로 유명한 ‘한일옥’이다.
한일옥은 지난 4월 현재의 가게로 옮기면서 1층은 그대로 식당으로 운영하고 2층은 차를 마시며 축음기, 아이스께끼통, 꽃신 등 여러 골동품과 근대 물품들을 관람할 수 있도록 특별한 장소를 마련했다.
78년 전 김외과라는 병원으로 지어진 일본식 건물로, 리모델링을 하다 보니 오래된 집인데도 불구하고 흙 상태도 좋고 나무들도 생각보다 단단해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고 결정했고 별다른 변형이나 꾸밈없이 때만 벗겨 냈다.
“전 가게가 너무 비좁아 고객들이 많이 불편해했어요. 또 밥은 여유롭게 먹어야 하는데 급하게 먹고 가는 모습들이 너무 안타까워 이사를 결정하고 그때 그 미안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2층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나무집이다보니 음식을 들이면 소금기 때문에 훼손우려도 있겠다 싶었죠.”
유찬우(49) 대표는 처음에는 외관에 어울릴만한 물건을 전시하고자 골동품 가게에서 소량씩 구매했는데 은근히 출혈이 많아 직접 전북 지역 경매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30년 가까이 식당 일만 하다 골동품이나 근대 유물을 수집하고 건물을 수리하는 등 색다른 일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물건들도 전시하기까지 몇 번씩 닦고 소독하고 은근히 손이 많이 갔다.
고객들에게 추억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꾸미는 유찬우 대표.
“많이 힘들어요. 그래도 이런 물건을 통해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추억도 공유하고 재밌게 놀다가 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 있죠. 오신 분들이 참 좋다라고 얘기해주시면 힘도 나고. 그래서 비싼 고가의 골동품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었던 서민의 정서가 그대로 녹아있는 물건들을 주로 갖다 놓고 있죠.”
도난이나 훼손되는 일이 가끔 있긴 하지만 유 대표는 “맘이 조금 쓰리기는 하지만 어차피 고객들을 위해 내주기로 한 공간이기에 특별히 제재할 마음은 없다”고 말한다.
잘 나가고 있는 가게를 왜 옮기냐며 주위의 반대가 심했을 때 고객을 위한 일이라며 결국 이전을 결심한 유 대표가 당시 다짐한 게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전해서도 여전히 잘 된다면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겠다”는 것 말이다.
“물론 한일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겠지만 이 맛과 위생을 지켜가면서 2층 공간을 통해 고객들이 추억을 나누며 행복을 공유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죠.”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