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이 남기신 문화유산을 올바르게 보존하고자 개방 의사를 밝히신 전호성 씨.
“예전에 유흥준 교수가 사람의 손발길이 끊긴 옛것은 사실상 문화재가 아니라는 말을 한 적이 있지요. 저도 공감합니다. 문화유산해설사로 활동하며 우리 문중의 화봉재가 계속 마음에 걸렸어요. 아버님 돌아가시고 한 2년 비워져 있었거든요.”
9살 되던 해 군산을 떠나 60년 만에 고향인 옥구읍 원오곡 마을에 다시 정착한 전호성(69) 씨, 워낙 어릴 적 떠났던 곳이라 이곳으로 귀향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터였다.
화봉재는 담양전씨(도사공파) 집안 소유의 서당으로써 조선 말기 지역유림이었던 화봉 전익성 선생이 건립했는데 규산 최익철, 화봉 전익성, 심석 송병순, 연재 송병선, 돈헌 임병찬 등 한말 군산지역 대표적 유학자들의 글이 남겨져 있는 유서 깊은 문화재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어느날 나라도 우리 어르신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지켜야 하지 않겠냐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게 결정한 고향행, 서울 토박이인 부인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지난해 5월 경영하던 사업은 딸에게 물려준 채로 부인과 함께 화봉재 뒤편 할아버지가 직접 지으신 집으로 내려오게 됐다.
쉬면서 집 앞 마당과 텃밭도 가꾸고 미처 다 하지 못한 것들을 정리하며 시나브로 일년이 지났다.
그렇게 어느 정도 평안을 얻게 되자 평소 생각해두었던 화봉재 개방을 공표하게 되었다.
생물이 아닌 박제 동물들이 우리 가슴에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듯 군산시향토문화유산 제6호인 화봉재도 살아 있는 생생한 문화재로 사람들이 찾고 기억해주길 원하는 마음이다.
“제가 군산국악원에서 국악도 배우고 있어요. 후에 여건이 된다면 주민이나 관심 있으신 분들 초청해 우리 전통을 알리는 무대도 마련해보고 싶기도 하고 여러 분들이 머무르면서 우리 전통의 향을 느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4명 정도의 한가족이 머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하게 마련된 화봉재, 내부에 걸린 여러 선조들의 글과 함께 색다른 문화체험에 나서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참고로 숙박을 원하는 사람은 옥구읍사무소로 연락을 해 전호성 씨와 일정을 협의한 후 이용할 수 있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