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한 열기를 뚫고 어김없이 찾아온 장마. ‘장마철, 우산장사와 전집은 노난다’라는 말이 있듯 우리 민족은 비 내리는 날 유난히 전 부쳐 먹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이 비가 반가운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산북동 ‘도깨비전’도 한 곳이다.

도깨비전은 이름 그대로 전을 파는 곳이다. 파전(1만 원), 모듬전(2만 원), 동그랑땡(1만원)이 주메뉴이고 낙지볶음(1만4천 원)과 골뱅이(1만4천 원), 알탕(1만4천 원)도 있다.

가장 잘나가는 음식은 모듬전, 기자가 방문한 날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던 세 테이블 위엔 모두 모듬전이 놓여 있었다.

세 테이블 모두 남자 손님들, 기본 안주로 나온 피클과 김장김치, 두부 그리고 그들 옆에는 투박한 주전자에 구수한 막걸리도 자리잡고 있었다.

전집은 주변에 흔치 않다. 이제는 제사나 명절에만 먹는 음식으로 치부돼 사실 잘 찾지 않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떻게 ‘도깨비전’은 산북동의 맛집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을까?

“오랫동안 음식 장사를 하다 남들이 힘들어서 안 하는 것을 한 번 해보자. 일이 많아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것, 나는 힘들어도 해낼 자신 있으니까. 그래서 전을 생각해냈죠.”

주인장 이월순 씨가 5년 전 개업 때를 회상했다. 전과 제사, 도깨비가 다 연관이 있고, 가게터가 도깨비터라는 이야기를 들어 이름은 도깨비전으로 지었다.

5년 동안 조금씩 손님이 늘고 입소문이 나더니 요즘에는 수송동 주민이나 군산대 학생들도 일부러 찾아 온다.

재료가 풍부하게 들어가 두툼한 모양새가 강점. 사정없이 입맛을 당기는 고소한 향도 그만.

간장을 찍지 않아도 간이 딱 맞을 뿐 아니라 입에 찰싹 감기는 기름맛이 은근히 매력적이다.

치즈가 듬뿍 구수한 도깨비전의 '파전'

도깨비전의 주인장 내외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