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암동 철길마을에 먹거리 점포들이 속속 입점함에 따라 가이드라인 제시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전주한옥마을이 최근 난립한 꼬치구이전문점을 퇴출한다고 했다가 번복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는 것처럼 오늘 날 유명관광지의 상업화가 큰 이슈로 대두 되고 있다.
이를 남의 일이라 여길수만은 없는 것이 출사지와 영화촬영지로 유명한 군산의 경암동 철길마을에도 올해 봄 이후 먹거리 점포 등이 하나 둘 생기더니 철길을 따라 벌써 20여 곳이 들어섰다.
＃먹거리 점포의 증가
경암동 철길마을은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두 번 집과 집 사이로 기차가 아슬아슬하게 다녔던 곳이다. 삶이 피폐했던 시절 철도변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주민들이 하나 둘 씩 늘어나 겨우 기차가 다닐 만큼의 공간만 남겼던 것.
판잣집 등 고스란히 남은 70∼80년대의 흔적과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 사이에 놓인 철길이라는 컨텐츠가 결합해 독특하면서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전국 각지에서 사진작가들이 먼저 찾기 시작했다.
과거의 어느 시간에 멈춰버린 듯 한 철길마을의 정취는 때로는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기도 했고 때로는 이곳이 아니면 겪어볼 수 없는 신비로운 풍경에 점차 입소문이 났고 현재는 군산 관광의 필수코스로 자리잡게 되었다.
원도심의 근대역사지구 못지 않게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주말이면 3∼4천 명 정도가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관광객이 증가하자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
철길 양쪽으로 완자·문어·닭꼬치집, 도넛, 커피, 호떡, 추억의 식품 등을 파는 조그마한 점포들이 올해 들어 급격하게 증가했다.
＃시급한 양성화 대책
먹거리 점포들이 늘면서 철길마을만의 정취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진찍기 좋은 풍경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점포들이 설치한 입간판들이 사진 촬영에도 방해물이 되고 있다는 것.
반면 먹거리 활성화로 관광객들의 편의를 증진하고 더 많은 관광객을 유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이를 위해서는 먹거리 점포들의 양성화 방안과 리모델링 등 건축 시 가이드라인 제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이곳의 90% 이상이 국유지로 대부분 무허가 건물일 뿐 아니라 40년 이상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주민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건축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기존 주거민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식 관광지로 지정도 되지 않아 현재 군산시에서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일단 무분별한 점포 난립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국유지를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나 건축과, 관광진흥과 등 여러 관련부서들이 머리를 맞대 종합대책을 세우려고 하고는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일단 이동형 홍보대를 수시로 단속하고 자진 철거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영업행위 시 소음이나 냄새 피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도하는 정도의 점검만 이뤄지고 있다는 것.
또한 관광객 증가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위한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지만 이 또한 철길마을에 인위적인 손길을 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로 현재 논의만 진행되고 있다.
호원대 심인보 교수는 “요즘 관광객들은 철길마을처럼 걸어가면서 볼 수 있는 동적인 관광시설을 더 선호하다보니 먹거리가 중요하긴 하다”며 “관광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그 관광지만의 분위기’로 철길마을의 분위기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긍정적인 면으로 먹거리 점포들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먹거리 점포들이 들어서는 속도가 빠른 만큼 철길마을이 간직한 고유의 모습을 최대한 손상하지 않으면서 이들을 양성화 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