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에는 장난감도 교구도 없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없다. 으레 유치원에 있기 마련인 영역별 놀이공간도, 블록 등 교구도, 알록달록한 환경판도 없다.
아이들과 선생님만이 서로 웃으며 몸으로 놀고 있을 뿐이다.
통매산 아래 위치한 미인가 매일형 숲유치원 고센
생태교육이 유행을 타고 숲체험교육이 대세로 떠오르는 가운데 진짜가 나타났다.
군산시 통매산 아래 낮은 곳에 자리 잡은 미인가 매일형 숲유치원 ‘고센’이 바로 그 곳.
이름 그대로 이곳은 자연생태교육을 하는 전라북도 최초의 미인가 숲유치원이다. (사실 숲유치원이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이는 설명을 위한 것임을 밝힌다.)
놀이학교 형식의 유아교육기관으로 산림교육전문가, 유아교육전문가, 초등교육전문가가 상주하고 있으며, 커리큘럼으로는 종일숲반과 방과후숲반, 주말숲반이 있다.
종일숲반은 4세부터 7세까지 통합반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매일 숲에 간다. 오전 10시부터 오후1시 경까지 숲이나 바다, 자연에서 그냥 논다. 땅도 파고 잠자리도 잡고 흙놀이도 하고 ‘멍 때리기’도 하면서 그저 논다. 점심도 숲에서 먹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숲전문가들 말로 ‘불편한 날씨는 없다. 불편한 복장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고센에 아이를 맡긴 부모님들이 해 주실 일 중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가 바로 빨래를 열심히 해주는 것과 마음 내려놓기다.
아이들과 숲에 가서도 뭔가를 주입하려는 시도는 없다. 아이들이 나무 이름을 물으면 “너희들이 이 나무의 특징이 뭔지 보고 이름을 지어줘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눈으로 보고 몸으로 익힌 것이니 언젠가는 이름을 알게 될 텐데 어린 아이들에게 나무 이름이니 꽃 이름이니 외우게 하고 싶지 않은 터이다.
아이들이 힘들어 할 때도 먼저 ‘도와줄까’를 묻지 않는다.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아이들은 또 도움을 요청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옆에서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도록 지켜주고 있을 테니 혼자 한 번 해보라고 권한다.
숲에서 아이들을 놀게 하면 교사들은 편할 것 같지만 안전 문제나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질 것에 대비해 오히려 더 긴장한다. 입은 닫고 있지만 모든 감각은 한껏 열어놓아야 한다.
고센의 ‘대장’은 관련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따는 동안 어린이집 교사로도 몇 년 일했고 숲교육에 관심을 가지면서 유아숲지도사·숲길체험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한 장정수 씨다.
장 씨는 “하루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반장을 하며 반장이 행선지 등을 결정합니다. 전교 1등 말고 진정한 리더를 만들어주고 싶다. 공부만 하느라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어떤 게 진정한 행복한 지 아는 사람으로 커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숲에서 돌아갈 때면 아쉬워하면서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소신을 지키길 잘했다 스스로 위안하는 ‘고센’이 항상 초심을 기억하길 기대해본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