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년이 마무리되는 요즘, 교육과정과 전혀 관련 없는 일부 초등학교의 학예발표회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팽배하다.
학예발표회는 한 학년 동안 갈고 닦았던 교육내용과 기량을 선보이기 위한 자리로 방과후교실을 통해 익힌 악기나 재능 공연, 특기 발산 등으로 이뤄진다.
10여 년 전만 해도 많은 학교에서 가을운동회를 마련했지만 운동회 준비에 아이들이 체력과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일부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그동안 배우고 익혔던 교과내용이나 소질과는 무관하게 대중가요에 짜 맞춘 안무를 선보이는 것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
학생들은 이를 위해 수업시간을 빌어 한 달 가량 이 안무를 연습할 뿐 아니라 무대의상을 단체로 빌리는 과정에서 많은 예산이 들어가기도 한다.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정 모씨는 “우리 아이가 일년 동안 어떤 것을 배우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고 싶어 왔는데 무대에 올라 채 댄스공연을 하고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후다닥 내려가 버리니 너무 아쉬웠다”며 “이것은 그야말로 단순히 발표를 위한 발표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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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한 만찬보다는
소박한 하루 세끼처럼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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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구암초등학교(교장 최광준)에서도 2015학년도 배움이 자라는 학습발표회가 열렸다.
1,3,5학년은 교육복지실에 2,4,6학년은 도서실에 무대가 꾸며졌다. 큰 강당에서 이뤄지는 여타 다른 학교의 학습발표회와는 다르게 일년 동안 자란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고자 한 학생이 여러 무대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학년 단위로 준비한 것.
다른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가요 대신 수업 시간과 학급 특색 활동으로 배운 노래를 부르고 국어 시간에 배운 시를 낭송하고 통합교과 시간에 배운 전래놀이를 그대로 무대에 올렸다.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모습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고 순간에 끝나는 공연이 아니라 30여 분 진행되어서 천천히 즐기며 볼 수 있어 공연자와 객석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똑같은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아닌 저마다 특색 있고 개성 있는 아이들의 공연에 객석에서는 감탄과 환호가 이어졌다.
발상의 전환은 전교직원이 모인 교육과정 워크샵에서 나왔다. 교사들은 “학부모나 내빈에게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을 채근하고 닦달 하는 기존의 종합학습발표회에서는 어떤 배움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개선해보자는 뜻이 모아졌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다보니 학교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보다는 학부모와 함께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두 차례에 걸쳐 학부모 간담회를 가졌다.
학습발표회를 마치고 비록 준비 과정에서 더 어렵고 힘도 들었지만 “이런 학습발표회라면 무대뿐 아니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교육과정과 연계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겠구나”라며 "성대한 만찬보다는 소박한 하루세끼처럼 따뜻하고 친근하게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다가갈 수 있어 뿌듯하다"라는 한 교사의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