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아이들이 공연을 관람하는 태도입니다. 지난해만해도 객석에 앉아서 욕하고 핸드폰으로 게임하고 옷 뒤집어쓰고 자고 그랬던 아이들이 올해는 진지하게 공연을 즐기며 보는 거예요. 물론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말 저 스스로도 놀랄만한 변화였습니다.”
지난달 23일 군산청소년수련관 대강당에서는 특별한 뮤지컬 한 편이 올려졌다. 연기도 노래도, 무대장치도 무엇 하나 완벽한 건 없었지만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열정만은 그 무대를 꽉 채우고 있었다.
군산에서 하위권 성적에 맴도는 아이들이 가는 곳으로, 소위 문제학교로 여겨졌던 군산남고의 뮤지컬반 아이들이 드디어 일을 냈다.
군산남고는 지난해 고등학교로서는 전국 최초로 지난해 예술꽃 씨앗학교에 선정됐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문화예술교육 운영의지가 높은 소규모 학교를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선정된 첫해는 뮤지컬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교사도 학생도 준비가 덜 됐다.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뮤지컬의 ‘뮤’자에도 관심이 없었다. 고민 끝에 미술 치료와 목공 치료 등으로 아이들의 정서를 가다듬는 일부터 시작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회를 주는 일이었고 기다려 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다짐 아래 1학년을 주축으로 희망자를 뽑아서 뮤지컬반을 구성했다. 팀으로 나눠 성악 연습을 하고 발성 연습도 하고 연기 연습도 각각 했다.
조금씩 아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여세를 몰아 무대 한 번 올라가보자고 결의를 굳혔다.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굿프렌드’라는 연극을 뮤지컬로 각색한 공연 연습에 돌입했다. ‘굿프렌드’는 고등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거리에서 맞고 있던 한 아주머니를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순진녀가 도와주고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아주머니는 순진녀네 학교의 여짱 어머니였던 것. 이를 계기로 기름과 물처럼 섞이지 못하던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학생들은 각색 작업에도 참여했다. “여기는 너무 밋밋해요. 이 대사를 첨가해봐요. 춤을 한 번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부분에 ‘지금 이 순간’ 노래도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배역을 정할 때도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뭐든 무관심하고 냉소적이던 아이들이 서로 배역을 차지하고자 열의를 보였다.
두 달간 연습이 진행됐다. 그 사이 정말 기적 같은 일도 일어났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투명인간처럼 지내던 소위 왕따를 당하던 아이가 친구들과 조심스럽게 소통에 나선 것이다. 소설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뮤지컬 같은 이야기다.
그리고 23일 드디어 뮤지컬 ‘굿프렌드’가 무대에 올랐다. 학교의 다른 학생들도 객석에서 뜨겁게 환호해주고 호응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