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에서는 최초로 군산에서 기원전 4세기 무렵으로 추정되는 ‘검파형 동기’가 출토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전북문화재연구원(이사장 최완규)은 군산시 옥구읍 선제리 108-6번지 농가창고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발굴조사를 통해 소위 적석목관묘에서 검파형 동기를 비롯한 다량의 창동유물과 토기류 등을 호남지역 최초로 발견됐다고 13일 밝혔다.
이 유적은 지난 2015년 12월 7일부터 12월 12일까지 국비 지원을 받아 (재)전북문화재연구원에 의해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청동유물의 부식이 심해 발굴 당시에 공개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청동유물의 보존처리가 마무리됨에 따라 공개하게 됐다.
유적은 해발 17.5m 내외의 동-서 방향으로 뻗은 야트막한 구릉의 능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 지형은 구릉 정상부와 능선부는 비교적 원지형이 온전히 남아 있고, 낮은 구릉과 너른 평지가 펼쳐져 있다. 유적이 형성될 당시 인근까지 바닷물이 유입되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1910～1930년대에 간척사업으로 대부분 농경지로 변해 있다.
적석목관묘의 묘광은 거의 수직에 가깝게 굴광하였으며 평면은 말각장방형에 가깝고, 남-북으로 장축방향을 두고 있다.
묘광의 규모는 길이 219㎝, 너비 54∼64㎝, 깊이 30∼54㎝이다. 내부 토층 양상에서 목관의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굴광면을 따라 판상형 석재가 놓여 있고 상부에 석재들이 전체적으로 중앙부로 함몰된 것으로 보아 목관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석재가 놓여있는 상태에서 종단면이 ‘U’자 형을 띠고 있어 통나무관이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닥면에는 판상형 석재와 편평한 할석을 이용하여 전면에 깔았으며, 일부 유기물로 추정되는 흔적들이 확인됐다.
적석목관묘 내부 유물 출토상태.(자료제공 전북문화재연구원)
적석목관묘는 경기도 파주에서 전라남도 화순까지 매우 넓게 분포되어 있지만, 군집으로 발견되지 않고 개별 유적으로 축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내부에서는 다량의 청동유물과 일부에서는 검파형동기, 나팔형동기, 방패형동기, 원형동기, 견갑형동기, 청동방울, 간두령 등 제의와 관련된 유물이 부장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선제리 적석목관묘 내부에서도 검파형동기 3점, 세형동검 8점, 동부 1점, 동사 1점, 동착 1점, 동제관 1점 등 많은 양의 다양한 청동기와 흑색마연토기 1점, 점토대토기 1점과 환옥 131점이 출토됐다.
이들 유물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대나무를 쪼개 놓은 듯한 소위 ‘검파형동기’인데, 이는 1960,70년대에 대전 괴정동, 아산 남성리, 예산 동서리 등 충남지역에서만 발견된 바 있다.
이 세유적은 모두 정상적인 발굴조사를 통해서 유물이 수습된 것이 아니라 경작이나 공사과정에서 신고된 유물들이어서 정확한 출토유구를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이번 군산 선제리유적에서 출토된 검파형동기는 40여년만에 한반도 최초로 정식 발굴조사를 통해 발견되었기 때문에 출토맥락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선제리의 검파형동기는 충남의 유적들과 같이 모두 3점이 부장되어 있는데, 두 점은 크기나 양식을 알 수 있는 정도이고, 한 점은 부식이 매우 심한 상태였다. 출토 당시에 이 유물은 예산 동서리와 같이 두 동강이 난 채 발견되고 있어 아마도 고의적으로 파괴하여 의례적으로 부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파형 동기는 중앙의 마디를 중심으로 상․하단에 각각 주연의 윤곽과 병행하게 내구와 외구로 나누어 2조의 선문대를 돌리고 각 선문대에는 사선문과 점열문이 2중으로 시문되어 있다.
상·하 마디에는 중앙에서 약간 위쪽으로 치우쳐 새끼를 꼬은 듯이 장식된 원형 고리가 부착되어 있다.
상하에 부착된 원형 고리 하단으로는 드림새와 같은 음각 장식이 길게 드리워져 있는데, 이러한 문양이나 고리형태는 아산 남성리나 예산 동서리 출토품과 그 양상을 같이하고 있다.
가장 양호나 상태의 검파형동기는 길이 24.5㎝, 상단부 15.3㎝, 하단부 11.5㎝로서 남성리나 동서리 출토품들과 비슷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선제리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적석목관묘의 성격은 만경강유역의 익산, 완주, 김제지역에서 군집을 이루며 축조된 초기철기시대의 토광묘의 선행 묘제로서 주목된다.
그 이유는 적석목관묘에서 출토되고 있는 점토대토기와 흑도장경호가 셋트를 이루고 세형동검과 같이 부장되는 양상에서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이 유적이 위치한 지역이 특히 서해 바다와 인접되어 있어 해로 교통의 길목에 해당한다.
따라서 B.C 4∼3세기 무렵 중국 동북지방이나 서북한 지역의 선진문화를 가진 집단들이 해로를 통해 한반도 서해안일대에 폭넓은 지역에 산발적으로 이주해 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전북문화재연구원 관계자는 “적석목관묘에서는 검파형 동기를 비롯한 제의적 성격의 유물과 세형동검을 비롯한 다량의 청동기를 부장하고 있는 점에서 제의를 주관했던 피장자로 판단되며, 만경강유역에 본격적으로 토광묘 집단이 이주해 올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역할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집단은 점차 만경강유역에서 마한 정치체 성립의 주체가 되었을 것이고, 고조선 준왕의 남천과 같은 정치적 사건이 가능케 하는 바탕이 되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