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생명체가 사는 터전이다. 갯벌이 사라지고 있다. 그것을 부정적으로만 보자는 게 아니다. 환경이 시대를 변화시키고 경제적 조건 때문에 변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방치만 할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겨 후손에게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다.”
갯벌이든 산이든 얄팍하게 그려낸 것은 하나도 없다. 처음에는 안 보이던 자연의 골격이 며칠을 찾아가 오래 두고 보니 차츰 보이기 시작했다.
그렸다 지웠다 덧칠했다 고쳤다 수십번의 눈길과 손길이 오갔다. 이렇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끝에 탄생한 작품들이 오랜만에 시민들에게 선을 보인다.
서양화가 원창희(76) 화백이 오는 12일부터 7월 9일까지 약 3개월에 걸쳐 군산근대미술관에서 유화 1100호 작품 초대전을 펼친다.
근대미술관으로부터 2년 여 전부터 꾸준한 구애가 있었지만 사양하던 터에 더 이상의 사양이 미안하기도 하고 더 늦기 전에 한 번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결정한 일이다.
시민과 그림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작품을 전한 지 거의 10년이 되가는 듯 하다.
“잘 보면 산과 갯벌에는 이야깃거리가 참 많다. 어렵고 짜증날 때 바다로 가 가만히 바라보면 파도가 내 안의 모든 고통을 안고 가버리는 듯 하고, 갯벌을 바라보면 옛 기억이 떠올라 살며시 추억에도 빠져든다.”
바다든 산이든 갯벌이든 가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통해 자연의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원 화백,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런 몸부림의 일환이다.
김광진 미술평론가는 그의 작품에 대해 생명력이 넘치는 포근한 기운이 작품을 지배하는 것은 작품의 내적신비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건강한 낭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군산 지역에서 1100호 전시는 거의 드문 것으로 안다. 아마도 전시장이 좁아서 공간 사이에 여유가 없을 듯 하다. 시립미술관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원 화백은 군산시립미술관추진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외지인이나 외국인들이 군산을 방문했을 때 문화적 풍요로움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화예술이 그 지역을 살리는 동력이 되고 있음을 시나 시의회가 빨리 깨닫고 더욱 신경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때는 새벽2시 전에 잠을 자본 적이 없을 정도로 꽉 차게 하루를 살았던 시절이 있다. 원로작가로 후배들이 좌우간 열심히 노력하고 작업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노력에서 인생 철학이 나오고 답이 나온다고 믿고 있다.
앞으로는 갯벌만을 대상으로 대작을 그려 전시해볼 계획도 밝혀본다. 갯벌이 주는 생명력, 신비한 자연의 감흥도 보여주고 싶고 군산이라는 지역에 대한 친근감으로 애향심을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창희 화백은 군산고·자양중 미술교사, 군산교육청 장학사, 도교육청 중등장학관 등을 역임했으며 군산여고 교장으로 퇴임했다. 개인전 8회, 한국미협군산지부장, 전미회 회장, 한국미협전북미협 창립 등의 역할을 했다. 현재 한국구상미술 원로회원, 한국현대미술가협회(KAMA)·전미회·전북원로작가회·자연과감성회 회원, 군산일요화가회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