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린 세월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울어 예는 모습에 통곡에
잠을 깨어보니
벌써 내 나이 칠십다섯이라.

여간 마음이 스여
세상을 다시 보니
세상은 기형이요
세월은 떠나버린 나이더라.

꿈꾸었던 세상은 이미
속 썩은 한숨이라
꺼먹꺼먹한 삶만
나늘 기다리고 있더라.

              - 최재하 作 삶(2)

영혼으로 시를 짓는 최재하 시인의 여섯 번째 작품 <그녀>(펴낸곳 나라원)가 출간됐다.

그저 ‘시’가 좋아 ‘시’가 없으면 죽을 것 같아 시를 썼던 그가 처음의 서정적인 느낌의 시들에서 최근의 시집에서 보여줬던 정서처럼 이번 시집에도 행간 가득 지나온 삶의 무게가 무겁다.

이는 첫 장을 넘기면 등장하는 “위정자들 갈팡질팡에 남은 건 또 그 간난뿐이다”라는 단 한 문장의 서시(序詩)에 고스란히 함축되어 있다.

칠순을 훌쩍 넘어 ‘할 말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세상/정체성마저 잃어버린 쪽박인생이라/앞뒤 가릴 겨를도 없이 화만 치밀더라(쪽박인생)“처럼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그렇다고 좌절이고 포기라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움은 원망으로 또 다른 모습의 열의로 변화해 시 속에 담겨졌다. 

 “내장산 골짜기/작은새//…그 누구도 모르게/사랑의 공간을 넘어// 더운 피 몸부림으로/부끄럼 없는 사랑을 하네.(작은새)” 라며 이루지 못한 사랑을 그리는 애잔함도 잊지 않았다. 

그리움을 거쳐 세상에 대한 하소연과 지나가버린 시절과 사람에 대한 아쉬움, 하소연을 거쳐 다시 사랑으로 100여 편에 달하는 시를 읽다보면 스스로도 모르게 스펙타클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재하 시인은 1942년 익산에서 출생해 익산시청, 병무청, 해양수산부, 군산항업(합자)에 근무한 바 있으며 2006년 첫 시집 <별 하나 그리움>을 출간한 후로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