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와 자사고 폐지 논란이 한창 가열되는 가운데 외고와 자사고가 모두 위치한 군산에서도 그 운용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고 자사고 폐지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잡한 고교 체제 단순화’라는 대선 전 공약으로 촉발됐으며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외고와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외고와 자사고 폐지 주장의 근거는 고교서열화 해소와 사교육 과열 진정 등이다. 외고와 자사고 등이 당초 취지와 달리 고교 체제를 서열화하고 일반고를 황폐화시켰을 뿐 아니라 특목고를 가기 위한 초등학생들의 선행학습, 동등한 교육을 받을 기회 박탈, 인재 양성보다는 대입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비정상적인 교육 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특히 전북외고와 자사고인 중앙고 등 외고와 자사고가 모두 있는 군산에서는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는 현안이다.

군산에서는 우수 중학생들이 전주와 익산 등으로 대거 유출되는 폐해를 막기 위해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들 속에 전주와의 치열한 접전 끝에 2003년 전북외고를 유치했다.

또한 2009년 광동학원의 군산중앙고등학교가 학교선택권과 사립학교 본연의 자율성을 확대하고자 자율형 사립고 지정을 신청했고 2010년 익산 남성고와 함께 자사고로 지정됐다.

두 학교 모두 지난 2015년 재지정 심사를 통과해 2020년까지 특목고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전북외고 전상기 교장은 “전북외고는 공립이므로 도교육청 지침에 따를 수 밖에 없어 특별히 입장을 밝힐 것이 없다”라고 전제한 뒤 “다만 전북외고가 일반고와 학비와 비슷할 뿐 아니라 기숙사비도 저렴하며 외국어에 특기를 보이는 학생들이 그 특기를 살려 다양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로 기량을 키우고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폐지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이 수도권 지역이기 때문에 각 도에 외고 한 곳 정도는 운영이 되면 좋을 것 같다”며 “논란이 지속되면 중 3 학생들의 혼란이 커질 것이며 우리 학교의 내년 신입생 모집에도 차질이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앙고 김복규 교장은 “중앙고가 자사고로 지정되면서 우수중학생들의 타지 유출이 많이 줄었고 만약 일반고로 전환된다면 교육 문제 때문에 군산에 오길 꺼려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지방에서도 잘 가르치면 좋은 학교로 진학할 수 있다는 것을 중앙고가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먼 미래를 보고 교육을 설계하지 못하는 점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참고로 관내 우수중학생의 관외 진학 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 95명, 2012년 123명, 2013년 123명, 2014년 124명, 2015년 101명, 2016년 89명, 2017년 94명 등이다.

김 교장은 “과연 군산 지역 일반고에서 현재 중앙고처럼 다양한 커리큘럼을 운영하며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지, 교사들도 또한 준비가 되어 있는 지 의문”이라며 “가장 두려운 것은 학생들의 등교거부로 학생들이 제물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지역 일각에서는 “자사고가 있다고 해서 관외 우수중학생의 유출이 크게 준 것은 아니며 그보다는 일반고의 퇴행 현상이 더 심각하다”며 “현재 대부분의 자사고는 인성교육과 이웃과 더불어 사는 법 등을 가르치기 보다는 입시 전문 학교에 불과하다”며 자사고와 외고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자사고 등 특목고의 수가 너무 많아지면서 많은 학생들이 어릴 적부터 과도한 사교육에 빠져드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또한 일반계 고등학교의 슬럼화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도 수준 높고 질 좋은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안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도 흔들리는 게 가장 큰 문제이며 대입 제도를 먼저 손보지 않고 고등학교를 바꾸겠다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며 "아이들이 스스로 뭔가를 선택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에 먼저 불평등을 체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한편,  지난달 김승환 도 교육감이 “현 대통령 임기 내에 외고·자사고 등 폐지를 완료해야 하며 교육감의 자사고 지정·취소권한을 회복시켜야한다”고 언급했지만 같은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있는 서울시가 일부 자사고와 외고를 재지정한 가운데 교육부의 정책 운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