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거둬들이 듯
생강밭 퇴비 뿌리듯
자음 ㄱ,ㄴ,ㄷ,ㄹ
생강밭 밭 갈듯
모음 ㅏ,ㅑ,ㅓ,ㅕ
생강 쪼개어 심듯
가, 나, 다, 라
지푸라기 덮듯
각, 낙, 닥, 락 받침을 주고
매일 풀 매 듯
읽고, 쓰고, 읽고, 쓰고
가을이면 생강이 주렁주렁
한글 실력도 쑥쑥
한글 학습을 생강 농사에 비유하며 기발한 표현력을 자랑하는 이 시는 ‘문해의 날(9월 8일)’을 기념해 열린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최고상인 최우수상(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바로 평생교육기관인 군산시 늘푸른학교의 찾아가는 교육서비스로 상평사랑여성경로당에서 10년 동안 문해교육을 받고 있는 송순희 어르신(81).
송순희 어르신
문해교육은 꾸준히 받았지만 시는 거의 처음 써 봤는데도 전국대회 최우수상에 선정되는 것을 보니 보통의 감수성은 아니지 싶다.
“전혀 기대도 안 했고 수상은 생각지도 못 했는데. 시는 어려운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선생님이 그냥 있었던 일 떠올리며 편하게 써 보라고 해서 쓴다는 게…”
수상 소식에 먼저 선생님 덕이었다며 공을 돌리는 송순희 어르신은 “생강은 매년 뿌린 대로 거둬들이는데 글은 왜 이렇게 어려운 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평생을 생강 농사를 지으면서 약 주고 퇴비 주고 수확한 후 저장고에 저장해 내다 팔아 2남2녀를 키워냈다. 정규교육은 받지 못했지만 혼자 알음알음으로 익혀 아이들이 어릴 때 학교 숙제 등을 봐주고는 했지만 교육에 대한 목마름은 해결되지 않았다.
10년 전 경로당에 와서 한글을 알려준다는 소식에 바로 신청했고 오후에 있는 수업에 빠지지 않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밭일을 끝내고 수업을 받았다.
“배웠는데도 나이 먹으니까 까먹고 또 까먹고 계속 반복해야지 뭐, 선생님들이 보통 봉사하는 마음으로 해주시는 게 아녀. 다 시장님 덕분이고 선생님들 덕분이지.”
이에 강미희 교사는 “경로당에서 함께 한글을 배우는 10여 명 중에서도 송 어르신은 매사에 긍정적이고 뭘 하자고 해도 항상 빼지 않고 앞장서서 하시는 분위기 메이커이시다”라고 화답했다.
며칠 전 얼른 농약 주고 수업 갈 생각에 서둘러 나섰다가 밭에서 주저앉아 다리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한 송 어르신은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이 정도로 다친 게 그나마 다행이고 앞으로 몸 건강하고 배울 수 있을 때까지 쭉 배우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밝힌다.
책을 오래 보다보면 눈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지만 글을 읽고 술술 쓸 수 있다는 게 너무도 큰 행복이라는 송순희 어르신, 시를 통한 제2의 인생을 기대해본다.
한편, 이번 시화전에서는 전국 문해교육기관에서 총 1만387점이 응모했으며, 심사를 거쳐 선정된 20작품 중 최종 대국민 투표를 통해 최우수상과 특별상이 선정됐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