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전국에서 일어났던 농민항쟁 15만 여 건 중 가장 큰 규모이며 최장기로 진행된 농민항쟁인 옥구농민항쟁에 대한 지역사회의 푸대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근대역사의 도시로 널리 알려진 군산에서 대표적인 일제 저항의 역사인 옥구농민항쟁에 대한 무관심은 그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으로 근대 일제에 의한 수탈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당시 일제에 항거하고 일제치하에서 벗어나고자 목숨까지 아끼지 않고 내던졌던 선열들의 뜻을 이어받을 수 있는 사업에도 적극 힘써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례로 지난 3일 임피중학교 내 옥구농민항쟁기념비 앞에서 열린 제90주년 옥구농민항쟁 기념식에는 군산시장은 물론 시의회 의장, 서부보훈지청장, 교육장 등 주요 기관장들이 불참하며 큰 아쉬움을 남겼다.
지역의 자랑스런 역사를 기념하는 상징적인 날인데도 불구하고 후손들인 시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기관장들의 불참이 실망스럽다는 의견이다.
한 참석자는 “오늘따라 내리는 비가 선조들의 희생을 외면하는 후손들에 대한 원망의 눈물인 듯 해 너무도 화가 났다”며 “지역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의 역사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일제의 만행에 불의를 부르짖고 항거하던 조상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지금의 군산이 있을 수 있는 지 뼈저리게 돌아 볼 일”이라고 일갈했다.
옥구농민항쟁과 관련된 34명의 관계자 가운데 10여 명은 아직 서훈을 받지 못한 상황이며 당시 항만 부두노동자와 정미소 선미공들의 파업 등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일제 시대 저항의 역사를 조명해 군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군산의 이미지를 높이고 군산 시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전혀 군산의 이야기를 담지 못한 군산항쟁관을 조성하는 등 생색내기에 그친 군산시가 이제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옥구농민항쟁 관련 문화콘텐츠 발굴 등 사업의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편, 옥구농민항쟁은 단순한 소작권과 소작료의 문제만 가지고 일어난 것이 아니고, 일찍부터 깨친 의식을 가진 장태성, 박상호 같은 인물들이 농조를 창립하고 여기에 가입한 조합인(소작인)들을 대상으로 야학, 강연 등을 통해 민족의식을 고양시켜 소작쟁의의 바탕이 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소작쟁의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전 원광대 나종우 교수에 따르면 1927년 8월3일 서수농민조합창립총회 때 서기로 있으면서 집행위원장이었던 장태성이 결의한 결의문에는 자체의 함양과, 대중의 일시적 영구적 모든 이해를 대표하며, 대중의 전위가 되어 제1선 투쟁을 한다거나 농민교육, 농민운동, 신간회 지지 등 독립운동적인 요소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운동의 중심에 있던 장태성이 야학을 하고 강연을 하면서 민족의식과 독립의식을 고취시켰고 그것이 소작쟁의를 통해 분출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