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0년 전, 면 단위 시골에 하나둘씩 위치해있던 초등학교는 컴퓨터는커녕 tv도 흔치 않던 그 시절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특히 그저 자연을 벗삼아 뛰고 구르며 놀던 천진난만하고 순수하기만 했던 초등학생들에게 새로 부임해오던 교사들은 가끔 새로운 문명을 전해주는 역할로 인식되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폐교되어 교문이 열리지 않은 지 8년이 되었지만 동해바다와 멀리 대왕왐 수증릉이 바라다보여 아이들에게 절로 멋진 기개를 새길 수 있었던 경북 경주시 감포읍 대본리 대본초등학교도 그러했나 보다.
1969년부터 1973년까지 대본초등학교에 교사로 근무했던 김준기 시인을 기리는 시비를 당시 제자가 세워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44년 개교한 대본초등학교에는 69년 군산 출신의 김준기 시인이 교사로 부임하기 전까지 교가와 교기도 없었고 수학여행도, 졸업앨범, 과학실험실도 없었다. 이제 막 군산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열정으로 가득 찬 모습의 교사는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의 되었으며 진심을 다한 교육으로 참스승으로 기억되었던 것 같다.
졸업 후 40여 년이 훌쩍 지나 혼탁한 사회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다 순수했던 그 시절 큰 가르침을 통해 인생의 지침이 되어주었던 교사를 찾고 왕래하면서 스승을 기념하고자 시비를 세우게 된 것.
시비는 대본초등학교 앞 공원에 세워졌고, 시비에서는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으로부터 전설의 대나무를 받아 만파식적을 만든 장소라는 ‘이견대’와 동해바다, 대왕왐 수중릉이 훤하다.
김준기 시인의 첫 시집 ‘여울에 띄운 주홍글씨’의 ‘산에서 꽃에게’라는 시가 앞면을 채웠고 뒷면에는 ‘대본을 사랑한 사람’ 여울 김준기 시인의 짧은 약력이 새겨졌다.
“행복하다”고 제자들에게 소감을 전하는 김준기 시인, 세상에 소풍 나와 많은 이들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고 먼훗날 길잡이에 대해 감사 인사를 받는 것 만큼 보람되고 행복한 일이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