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주년 옥구농민항일항쟁기념행사가 내달 5일 항쟁 기념유적지인 임피중학교에서 개최되는 가운데 올해도 역시 기념식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일 군산문화원 강당에서 옥구농민항일항쟁기념행사 일시 및 행사계획, 예산을 결정하는 사전회의가 열렸지만 이날 참여한 기념사업회 위원은 12명 중 겨우 4명에 불과하다.
당연직 위원인 군산시 복지관광국장, 서수면장, 임피중학교장, 시 농민회장이 모두 불참했으며 이는 몇 해 동안 반복되고 있는 비슷한 상황이다.
옥구농민항일항쟁에 대한 푸대접을 지적하는 지역사회의 여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한데도 여전히 개선의 요구를 보이지 않고 있는 군산시의 민낯이다.
이날 회의에서 합의된 기념사업 또한 예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예산 700만 원을 들여 식전행사와 경과보고와 기념사 등, 참여자 중식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군산문화원에서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싶어도 예산이 너무 적어 역부족이라는 해명이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농민회 및 군산시의 무관심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옥구농민항일항쟁기념관 역시 몇 년째 건립요구만 있을 뿐 군산시의 건립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시 일각에서는 "공간을 채울 전시품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만 군산근대역사박물관에서 옥구농민항일항쟁기념전시가 열렸고 월명동에 항쟁관도 조성한 마당에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927년 옥구 서수 일원에서 발생한 옥구농민항쟁은 단순히 생존권 차원의 투쟁이 아닌 제국주의의 침략과 지주의 수탈에 항쟁하는 농민들의 항일운동이다.
나종우 전 원광대 교수는 일찍부터 깨친 의식을 가진 이들이 농조를 창립하고 여기에 가입한 조합인(소작인)들을 대상으로 야학, 강연 등을 통해 민족의식을 고양시켜 소작쟁의의 바탕이 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소작쟁의와 다르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군산 지역에서 일제강점기 일제의 유물이 잘 보존되고 관련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홍보가 이뤄지고 있는 데 비해 우리 서민들의 생활상이나 당시 지역에서 있었던 항일운동이나 독립운동들이 홀대받고 있는 점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의 명망 있는 한 인사는 “우리 고장 선열들의 업적을 바로 세우고 널리 알리는 일은 후손의 의무”라며 “군산시와 관련 기관 및 단체들이 더 이상 이 의무를 미루지 말고 지역이 어려울 때일수록 하루 빨리 지역 선열들의 뜻 있는 행동을 널리 알려 군산의 자긍심을 높이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