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꿈나무 조연수(동원중 2년) 양에게는 축구선수 박지성의 평발처럼 무용가에게는 치명적인 ‘부골(추가로 존재하는 뼈)’이, 그것도 양쪽 발 모두에 있다. 무용 학원을 가려던 어느 날 발이 너무 아파 병원에 들렸더니 부골 때문이라며 아직 어려서 수술을 할 수 없고 어느 시기까지는 참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다.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아 성장판을 자극해 키 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초등학교 방과후수업에서 처음 발레와 한국무용을 시작했다.
4학년 때 연수의 연습을 지켜보던 한 선생님이 “저 친구는 한국무용에 재능이 있으니 한국무용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조언을 해주셨고 그길로 지곡동의 김정숙 무용학원에 등록했다. 그제서야 아이는 발레가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의 발톱 모양이 발레를 하기에 맞지 않았다.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왜 말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아이는 “아팠지만 한국무용이 재밌었고 계속 하고 싶어서”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연수는 우리 춤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고 1년 후인 5학년 전국대회에 출전 입상한 것을 시작으로 6학년 때는 ‘살풀이’로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대상을 비롯해 상위권을 석권했다. 살풀이는 한이 담긴 춤이었지만 연수는 나이에 맞게 ‘한’보다는 아이답게 춤을 재해석해 풀어냈다.
이후 서울에서 소고춤을 배우고 됐고 지난해 소고춤으로 11개 대회에 나가 또다시 1등을 휩쓸었다.
키가 작아 남들보다 배로 점프를 해야 했고 더 크게 움직여야 했지만 어느 무대에서도 연수의 매력은 감춰지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의 역량을 맘껏 선보이며 기량을 쌓아온 연수가 올해 대한민국 예술 영재들의 꿈의 전당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에 합격했다. 전국에서 이름을 날리는 무용 꿈나무들이 도전했지만 서류심사와 1·2차 심사를 거쳐 단 네 명만이 합격의 기쁨을 누렸고 그 중에 한 명이 연수였다.
사실 연수의 어머니 최윤영 씨는 아이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도 문제지만 나중에 혹시라도 무용을 그만두게 되면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거의 없어 아이만 괜찮다면 다른 길을 가길 권유했던 적도 있다. 어쩌면 남들보다 배는 힘들 수 있는 길을 가는 아이에 대한 애잔함과 안쓰러움에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알면서도 망설일 수 밖에 없던 것.
하지만 연수는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오히려 연수가 “엄마 힘든 줄 알지만 조금만 버텨주세요.”라는 말을 건넬 정도가 되자 최윤영씨는 자신의 마음을 접고 적극적으로 지원을 다짐하게 됐다.
연수의 현재 목표는 한예종 입학. 그리고 한국 무용을 세계에 알리고 싶은 포부와 함께 세계 무대에서 꼭 뛰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가슴에 품고 있다. 평일에는 군산에서 학업과 무용학원에서의 춤 연습에 매진하고 토요일 새벽이면 혼자 서울에 올라가 영재교육원 수업을 받고 월요일 새벽에 내려오는 힘든 여정을 버틸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가끔은 한예종 교수로부터 들었던 “지금까지 가르친 아이 중 선이 가장 예쁘고 크게 될 아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한다.
얼마 전 체육교사인 연수 담임은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라”는 말을 전했다. 담임 선생님도 체육을 했기 때문에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알고 있기에 전한 말이리라.
힘들어도 내색 한 번 하지 않는 연수, 오늘도 부골 때문에 부어오는 발을 붕대로 칭칭 감고 아름다운 우리 춤 한자락에 희망을 실어본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