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책 <600년 팽나무를 통해 본 하제마을 이야기>와 집필자 양광희 작가
그는 내가 지금까지 본 사람 중 가장 열정적인 사람이다.
처음 하제마을과 관련한 기록집을 낸다고 했을 때 “뭔가 대단한 게 나오겠구나.” 생각은 했지만 막상 출간된 책을 받아보았을 때 600년 팽나무의 기운뿐 아니라 지금은 마을의 기능을 잃었지만 과거 중생대 백악기부터 거슬러 올라간 하제의 역사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아픈 역사를 지닌 하제’라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마을의 역사와 팽나무에 관한 기록이 없음을 안타까워하다 직접 자료집을 내기로 한 게 지난해 12월 초다.
뭔가에 하나 빠지면 며칠 밤새기를 두려워하지 않은 이들이 그럴까? 페이지는 130쪽에 불과하지만 책을 기획하고 집필을 완료하기까지 4개월에 불과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사진자료에 내용에 깊이가 있다.
게다가 원래 사학자인가 싶을 정도로 고증에 철저를 기해 작가에 따르면 책에 수록된 사진 대부분이 인터넷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진들이다. 서평을 쓰기 위한 빈말인지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보길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다.
“언제부턴가 식물의 생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무심한 듯 전하는 그의 생태사랑은 전공자와 견준다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전에도 매화마름과 물고사리가 동일 논 습지에 함께 자생하고 있는 것을 최초 발견하고, 선유도에서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 집단서식지를 최초 발견해 사라질뻔 한 서식지 보존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사학 분야까지 넘나드니 참으로 게으른 이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이런 그에게 600년 팽나무가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을 테다. 지인의 권유로 사라져가는 하제마을을 들렀다 보자마자 마음을 사로잡힌 후 팽나무만큼은 지켜내고자 하는 일념으로 문화재 지정을 추진했고 직접 한국임업진흥원에 수령감정을 의뢰해 537±50년이라는 결과를 얻어내고 현재 문화재 지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책은 제1장 하제의 발자취와 유산, 제2장 600년 팽나무의 문화적 가치, 제3장 하제 지역의 간척 전·후, 제4장 일제강점기의 군산비행장, 제5장 하제 지역의 식생조사 등 총5장으로 나뉘었으며 부록에는 직접 뿔뿔이 흩어진 하제마을 주민들을 만나 채록한 구술담이 실렸다.
1913년에 발행된 군산지도를 토대로 하제 지역에 팽나무가 2그루였을 것이라는 추정을 증명하고 선연리 일대가 무의인도(無衣人島)로 불렸다는 것을 부각하는 등 책을 읽다보면 생태는 물론이고 역사, 어원, 지리 등 방대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고찰에 책 한장 한장이 너무도 소중해진다.
우리 군산의 역사를 그대로 집약해 보여주는 하제마을과 600년 동안 한 자리에 서서 주민들과 함께 하고 주민들의 든든한 지킴이가 되어 준 팽나무, 그리고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지 길잡이를 만났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