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민문화회관

◆ 지방 공공문화시설 대부분 적자운영

군산예술의전당을 포함해 전국 대부분의 문화공공시설들은 만성 적자운영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인구감소로 앞으로 1인당 조세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현재의 지방 공공시설이 직면한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군산도 주민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이 2017년 51만9천원→2018년 55만7천원→2019년 61만9천원→2020년 66만5천원으로 매년 증가한 데 비해, 시 재정자립도는 2017년 22.8%→2018년 23.6% 로 약간 상승했다 다시 2019년 20.2%로 2020년 18.7%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문화회관 리모델링을 주요 내용으로 국비를 확보하긴 했지만 안정적인 운영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군산시민문화회관은 2012년 문을 닫았지만 매각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7년 넘게 방치되다 2020년 도시재생 인정사업에 선정됐다. 총사업비는 90억 원(국비 50억, 도비 8억3천, 시비31억7천만 원)으로 2022년까지 건물 리모델링과 야외공원 및 주차장 시설을 개선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시는 지난해 6월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건축도시공간연구원(AURI, 이하 아우리)과 공공기관 대행 위탁 협약을 맺고 도시재생인정사업을 맡겼다. 리모델링 후 타지역처럼 공공문화시설로 운영할 경우 적자운영이 불보듯 뻔한 상황인지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이다.  

◆ 전국 최초 시도, 민관협력(PPP)형

아우리는 위에 지적한 공공시설의 적자에 주목, 시 예산을 들이지 않고 수익성 민간시설의 수익으로 운영비를 충당해 지자체에 재정부담 가중하지 않고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민관협력(PPP형) 도시재생을 시민문화회관에 적용했다.
 
운영은 창의성과 공공마인드를 갖춘 민간이 주도하며, 공공은 소유권을 갖고 관리감독을 맡는 민간주도-행정지원방식이다. 해외사례는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첫 도입이다.

행정에서 기획업무를 끝내고 운영주체를 민간에게 위탁하는 게 아니라 사업의 기획부터 투자, 설계, 운영 등 전체를 일괄로 통합발주해 사업비용과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운영하는 사람의 운영목적에 맞게 리모델링 설계가 이뤄질 수 있어 사업 일관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선례가 없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을 군산시가 고스란히 떠맡을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관련 법 조항을 검토해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공모 평가지표 선정 등 시범지구 없이 바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허점 없는 절차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들이 수반되어야 해 당초 계획보다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

운영·설계자 공모에 앞서 아우리는 그동안 사업성·상권조사와 주민·예술인 심층인터뷰로 인적자원 발굴 등 지역조사, 건축 특성 연구조사와 건축 아카이빙,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위원회 조직, 2차에 걸친 시범운영, 인스타그램 등 홍보채널 운영, 희망자 대상 워크숍 등을 진행해왔다. 시가 리모델링을 마치고 일방적으로 위탁을 맡기는 기존의 형태와는 차이가 있다.

또한 이 기간 시는 건물성능조사(건물안전진단, 정밀안전진단 등)와 가시설물 철거를 완료했고,  앞으로 석면 제거 예정이다.

현재 운영·설계자 공모는 지난달 끝났다. 군산 지역 사업체 위주로 총 5개 팀이 응모했으며 이들이 제출한 기본제안서를 심사 해 두 팀이 선정됐다. 두 팀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친 ‘경쟁적 대화’라는 평가를 거쳐 이달 말에 최종 운영자를 선정 설계 실시 후 내년 4월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운영은 2023년이 될 전망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사업 시행 2년째인데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하나도 없다며 PPP형 방식에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고 있다.

PPP형 사업으로 민간에서 운영자를 선정한다하더라도 운영을 하다 수익을 내기 힘들고 적자가 심화될 경우 운영을 포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럴 바에는 5억5천만원이라는 위탁비용을 주고 굳이 아우리에 사업위탁을 맡겨 운영자를 힘겹게 선정하기 보다는 그냥 처음부터 시가 리모델링을 하고 관내 단체에게 위탁 운영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군산시 관계자는 “운영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최종 선정 이후 계약 미이행 시 손해배상 청구 가능 문구와 사용허가 일반조건 및 특수조건 설정으로 행위제한, 사용허가 취소 등을 명시하려고 한다”며 “여러 차례에 걸친 토론과 워크숍, 철저한 면접과 사회실험 등을 통해 까다롭게 운영자를 선정하고 운영자의 재무 건실성까지 철저하게 따져볼 예정으로 최대한 손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운영자를 위해 사용료를 감면하고 사용기간을 최대 20년까지 보장해 원활한 민간 투자 여건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군산시, 과연 그 실험이 성공으로 끝날지 보고서에 실패 사례로 기록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