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라고는 하나도 못 벌 것 같은 이 곳에 터를 잡은 이는 나운동 STA영어전문학원 원장이자 지역에서 오랫동안 청소년 봉사활동을 이끌어온 박향숙 씨다. 참, 최근 책 두 권을 출판한 작가이기도 하다.

“사실 학원이라는 공간에서 좀 벗어나 보고도 싶었고, 10년 넘게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이게 ‘일’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그래서 생각하다 군산 어딘가에 동네 책방을 내야겠다는 결심이 들어 알아보던 중 우연히 이곳을 알게 됐죠.”

이 공간은 문화예술인들이 마음껏 창작하고 시민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군산시가 올해 조성해 첫 임대한 레지던스 시설이다.

골목책방 <봄날의 산책>책방지기 박향숙 씨

그렇게 공간을 임대했고, 워낙 작은 서점이라 도매공급계약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지역 서점 한길문고의 도움으로 드디어 3월 1일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서점은 책방지기 취향에 따라 군산 출신 작가 서적과 에세이집, 시집이 주로 진열돼 있다. 약 150여 권이 있는데 무슨 책인지 알 수 없도록 포장된 책도 있다. 온전히 책방지기를 믿고 구매하는 블라인드 판매다.

한 켠에는 다른 책방지기가 그림책 코너로 꾸몄다. 사실 학원 운영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오후 시간에는 그녀의 글벗 네 명이 요일별 책방지기를 맡고 있기도 하다.

“전주에서는  ‘책쿵20’이라고 동네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면 20% 할인해주는 제도 덕에 동네서점이 굉장히 많이 생겼어요. 비록 저희가 세 평에 불과하지만 이 책방을 중심으로 말랭이마을을 책문화마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구요.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직접 써보기도 하고 그런 책 문화가 우리 지역에도 확산될 수 있도록 이 산꼭대기 책방이 역할을 할 수 있겠죠”

벌써 움직임은 시작됐다. 주중오전·주말·주중저녁반 북클럽을 모집해 이달부터 모임을 시작한다. 1주일에 한 권, 세 달간 12권의 책을 읽으면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112’ 프로젝트로, 앞으로 문학기행도 떠날 계획이다. 북클럽은 가까이 위치한 군산여고 학생들과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조만간 지역작가들을 초청해 말랭이마을 주민들과 함께 작가과의 만남 시간도 마련한다. 무엇보다 책방지기가 지역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주민들과 함께 문화가 꽃 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어 꾸준히 이런 시간들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말랭이마을을 만든 게 이곳을 문화 마을로 조성하려고 했던 거잖아요. 다른 입주작가들과 지역 어르신들과 소통하면서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어르신들이 직접 시집이나 그림책도 출판할 수 있도록 생각하고 있어요. 그 과정을 군산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봄날의 산책'은 여러분과 24시간 공유하는 장소이니 언제든 편하게 방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