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동 화재참사 현장으로 상징적 의미를 가진 이 곳을 긍정적 대안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논의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29일 개복동 화재참사 발생 14년째를 맞은 가운데 이제는 참사 현장에 대한 긍정적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화재 참사 후 안전 문제로 건물을 철거하면서 함께 중단되었던 인권 공간 등 지자체의 대안 마련이 이제는 현실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
군산시는 2010년 이 일대 부지와 건물 2채를 매입한 후 안전문제를 이유로 건물을 철거한 채 부지를 방치하고 있다.
주민들의 거부감을 그 이유로 들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지자체의 무관심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현장 주변의 주민들은 화재 참사에 대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며 상권 하락의 원인을 화재 참사에서 찾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여성인권단체가 이 곳에 추모상징물을 설치하고자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월명동 산돌학교에 전시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성 문제 관련 한 전문가는 “사실 추모비나 위령비 등 그 화재 참사 자체를 단순히 알리고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는 일에 그치게 된다면 주민들의 반대는 계속될 것”이라며 “주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불식할 수 있도록 시민예술촌과 청소년문화광장, 지금 개복동에 남아 있는 예술공간 등을 연계해 새로운 문화관광 장소로 활용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그 구체적인 예로 장애인이나 이주여성 등 소수여성들을 위한 쉼터나 문화공간 혹은 여성 예술가들의 작업장이나 전시관 등을 제시했다.
지역 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실 주민들의 반대가 있기에 쉬운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공간이 그 역사적 의미도 놓치지 않고 외부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한 여성인권 운동가는 “개복동 화재참사는 잊혀져야 하는 것이 아닌 여성인권의 역사적 공간으로서 가치를 지닌다”며 “군산시가 일제 강점기의 아픔을 묻어버리지 않고 승화해내듯이 감추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역사 교육의 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안 마련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