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가 복합문화체험 공간으로 검토하고 있는 옛 일양약품 공장부지.
군산시가 개정에 위치한 옛 일양약품 공장부지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시 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공공용지 매입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지난달 군산시는 서울 일양약품 본사를 찾아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개정 공장부지에 대한 활용계획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직접 군산시 관계자가 본사까지 찾아가 활용계획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시가 어느 정도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는 대목이다.
군산시는 현재 검토 단계이기는 하지만 약 2만 여㎡(약 6,500평)에 달하는 이 곳에 시립미술관과 문학관, 문화체험캠프장 등 복합문화체험 장소로서의 조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만약 협상이 잘 이뤄진다면 정부 공모사업 선정과 연부상환제도를 활용해 예산을 투입할 것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정확한 감정평가가 이뤄져야겠지만 시에서는 30억 원 선의 매매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군산시는 재정자립도가 26.62%에 그쳐 유사단체와 비교해보았을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자체수입이 적고 의존재원 비중이 높은 재정구조로 재정운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 복합문화체험 장소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는 가 의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얼마 전 열린 군산시립미술관 추진을 위한 포럼에서 발제자는 시립미술관의 접근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고급문화로 일부 사람들이 향유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술관이기에 무엇보다 접근성이 갖춰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
과연 수익성을 내기 힘든 문화복합체험공간을 그 많은 예산을 들여 접근성이 떨어지는 옛 일양약품 부지에 조성해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을지 더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군산시는 옛 KBS방송국을 비롯해 옛 군산시청 건물을 매입하면서 뚜렷한 활용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분할 상환 형식으로 매입부터 해 온 전례가 있다.
이로 인해 옛 KBS방송국은 한 건물에 각 층마다 관리부서가 다른 촌극이 빚어지고 있고 가장 먼저 입주한 문화원이 장소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며, 옛 군산시청은 매입 1년이 되어가는데도 활용방안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다.
물론 옛 일양약품 부지는 문화복합체험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긴 하지만 시민문화회관이나 옛 군산시청, 곧 이전할 군산초등학교 등이 줄줄이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중복투자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특히 시민문화회관은 몇 년째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으며 도심의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아울러 신흥동에는 근대역사체험마을이 조성될 계획이며 이 또한 문화복합체험공간과 콘텐츠가 겹칠 우려가 있다.
도시연구에 밝은 한 시민은 “군산시가 너무 계획과 깊은 고민 없이 일부 목소리 큰 사람들의 의견에 휘둘리고 있다”며 “관광산업과 주민행복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시에서 먼저 흔들리게 되니 자꾸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 지역 예술가는 “문화예술체험공간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고 시에서 이에 부흥해 공간 마련을 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무분별한 하드웨어 조성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며 “문화공간 조성도 중요하지만 군산 예술계 그리고 시민들의 전반적인 문화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들이 함께 수반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