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에서 최초로 베트남인으로 간호조무사에 합격한 찡티튀닷(오른쪽)과 그녀를 응원해준 이선유 조은간호학원 원장
합격률이 80% 이상이던 간호조무사 시험이 지난해 급격하게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올해 상반기 시험 합격률은 59.9%로 떨어졌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역대 최고 난이도’라는 후기가 들려왔다.
이런 가운데 군산에서 도내 최초로 베트남 이주 여성이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하는 ‘기적 같은 일’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바로 베트남 태생의 찡티튀닷(24), 그녀는 겨우 4년 전 한국에 시집 왔을 뿐 아니라 5살, 20개월의 어린 두 자녀의 엄마이기도 하다.
지난해 “집에만 있기보다는 뭐든지 해보라”는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로 간호조무사 시험을 준비하게 됐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수험서는 한자와 영어가 가득한 전문용어들이었고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자꾸 아팠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둘째 이유식을 만들고 아이들 어린이집에 보내고,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학원에서 공부하고 다시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서 집에서 저녁 먹이고 저녁 7시에 다시 학원에 와서 9시까지 공부하다 다시 집에 가서 밤 새워 공부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시험을 얼마 남기지 않고 둘째 아이가 독감으로 입원했을 때는 아이가 잠에 들었을 때만 시간을 낼 수 밖에 없어 병원에서 밤을 새 공부하는 일이 많았다.
그녀는 “배우면 배울수록 재밌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어느 날은 씻을 시간도 없이 정말 미친 듯이 공부했죠”라며 회상했다.
이처럼 그녀가 공부에 매진하고 시험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정말 힘들어서 몇 번 포기하고 싶었어요. 그럴 때마다 주말과 저녁에 아이들을 돌봐주며 ‘떨어져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고 해보라’며 힘을 더해 준 남편이 위안이 되어 주었죠. 또 함께 공부하던 베트남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리고 직접 강의해 주시며 저녁강의도 또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너는 할 수 있어’라며 끊임없이 응원해 준 이선유 원장님께 정말 감사할 뿐이예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언어소통이 안 되는게 너무 힘들어 매일 울었던 그녀지만 이제 간호조무사에 그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위해 뛰려고 한다.
바로 간호대학에 진학하는 것, 물론 아직 국적도 취득하지 않았고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하기는 했지만 자격증을 수령하기까지 베트남을 직접 다녀와야 하는 등 너무도 복잡한 절차가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공부하는 걸 워낙 좋아하고 실습도 재밌는 등 적성에도 맞아 이왕이면 관련 직무에 대해 할 수 있는 한 도전해 볼 계획이다.
이선유 원장은 “찡티가 눈썰미도 좋고 손가락 끝에 감각도 있어 봉정요양병원에서 실습할 때도 실수 한 번 없어 평이 굉장히 좋았다”며 “간호대에 들어가도 충분한 실력으로 기본 바탕이 워낙 성실해서 다른 이주 여성들의 모범이 될 만하다”고 전했다.
일반 학생들의 몇 배에 달하는 노력 끝에 자격증을 획득하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싶다는 찡티튀닷의 앞날에 밝은 햇살만이 비추길 기원해본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