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외길인생을 걸어왔지만 결코 후회한 적 없고, 다시 태어나도 야구인으로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역전의 명수 군산야구의 산 증인이자 호남야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나창기 전 호원대 야구감독(65)이 55년 야구인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나 감독은 27일 수송동 A뷔페에서 지인들을 초청해 퇴임식을 갖고 아름다운 야구인생을 마무리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전주 중앙초 4학년 시절 담임교사의 권유로 우연히 야구계에 입문한 그는 현역생활 30년, 지도자생활 25년 등 55년을 오로지 야구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남다른 운동실력으로 유망주로서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그는 초등학교 시절 90전 83승을 기록, 리틀야구 대한민국 대표선수로 발탁되는 등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이후 군산야구 대부 이용일 전 KBO총재 스카웃으로 군산상고에 진학한 그는 이때부터 역전의 명수 전설을 써 내려간다.
1969년 창단된 군산상고 야구부 2기로 합류한 그는 1971년 전국체육대회 우승으로 야구 불모지였던 호남 야구를 단숨에 전국 야구 정상에 올려 놓았고, 1972년에는 황금사지기 우승을 견인하면서 군산상고 야구부에 ‘호남야구의 기수’와 ‘역전의 명수’라는 대명사를 안겨주었다.
이후 제일은행 야구부에 입단, 현역선수생활을 하던 그는 대리로 근무하던 중 해체위기를 맞은 군산상고 구원카드로 다시금 이용일 총재의 부름을 받고 1991년 모교 감독으로 부임했다.
모교 지휘봉을 잡은 12년간 그는 전국대회 6회 결승 진출 중 1996년 봉황대기 우승, 1998년 황금사자기 우숭, 1999년 전국체전 우승 등 3회 우승, 3회 준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나 감독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2004년 호원대 야구부 창단 감독으로 올해까지 13년간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초석을 다져놨다.
나창기 감독은 “평소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찾아가라’는 좌우명이 내 인생에 있어 역전을 하게 된 발판”이라며, “비록 몸은 떠나지만 항상 군산야구에 대한 마음만은 언제나 응원할 것이며, 어려울때마다 성원해 주신 야구팬과 시민들로 인해 무사히 야구인생을 마칠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는 야인으로 돌아가 건강도 챙기고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다”며, “무엇보다 지금까지 내가 야구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내조에 최선을 다해 준 부인(여은옥 여사)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