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째 군산역 광장(현 군산화물역)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 이발 봉사를 실천해온 한 시민의 숨은 선행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군산시 문화동에 살고 있는 양청무(65)씨.

마흔 살 초반까지 고향 부안에서 이발소를 운영해온 양씨는 20여년 전 군산으로 이사와 뽐낼만한 손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을 배려해 이발소를 개업하지 않았다.

이후 경비일과 생산직 근로자 생활을 해온 양 씨는 자신의 이용기술이 무뎌지는 것을 아깝게 생각해 지난 96년부터 옛 군산역 광장에서 노인들의 머리 손질을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무료 이발봉사가 올해로 13년을 맞았으며, 양씨는 지금도 일주일에 꼭 한번씩 주로 목요일에 역 광장을 찾아 노인들의 머리를 깎아주며 친숙한 말벗이 되고 있다.

1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손길을 느끼며 세상을 떠난 노인들도 많지만 지금도 150여명의 고정 고객(?)이 매월 역 광장에서 양씨를 통해 머리와 마음을 단정하게 가다듬고 있다.

양 씨는 현재 지방산단의 한 기업체에서 생산직 일을 하면서 부인과 함께 넉넉지 않은 생계를 유지해오며 틈틈이 시간을 내 이발봉사를 실천해 더욱 귀감이 되고 있다. 

또한 집근처 문화경로당을 방문해 이발을 해주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 머리를 깎아주는 등 헌신적인 이웃사랑에 솔선수범하고 있다.

덕분에 역 광장 주변에서 양씨는 ‘사랑의 가위손 천사’로 이름나 있으며, 칭송이 자자하다.

십 여년 째 양씨를 찾아 무료로 이발을 하고 있다는 권봉춘(82 중동) 할아버지는 “양씨가 머리를 깎아주면 젊어지는 것 같고, 마음도 그렇게 편할 수 없다”며 “공짜여서가 아니라 이제는 양씨가 머리를 잘라줄 때면 세상의 시름이 다 수그러든다”고 흡족해 했다.

또다른 할아버지는 “한때 양씨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발사들이 집단으로 몰려와 이발을 못하도록 방해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양씨를 좋아하는 노인들이 힘을 모아 양씨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과거에는 300여명 가량의 노인들이 매주 양씨를 기다렸는데 군산역이 이전한 후로는 그 수가 조금 줄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1급 원관석(73 수송동) 할아버지는 “앞을 못 보지만 택시를 타고 5년째 양씨를 찾아 머리를 깎고 있다”며 “양씨는 가진 사람이나 갖지 못한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공평하게 대해줘서 늘 고마움이 크다”고 칭찬을 더했다.

또다른 할아버지는 “가끔 고맙다고 사례비를 주면 고개를 흔들며 받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받을 경우 그 돈에다가 되레 사비를 더 보태서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는 것을 봤다”며 “양씨는 요즘 세태에서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양 씨가 이발봉사를 하는 28일 오전 내내 그 주변에는 양씨의 사랑을 찾아온 노인들로 북적였으며, 양씨는 머리를 손질하는 동안 노인들과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줬다.

양청무 씨는 “특별한 소원도, 바람도 없고 다니는 회사가 더 잘되고 내 한몸 건강해서 이렇게 봉사할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소망을 피력했다.

문명의 이기가 넘실대는 복잡한 세태속에서 낡은 빗, 전기 바리깡, 보자기 등 몇 안되는 소품으로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양청무 씨의 진솔된 선행이 주위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양청무 씨의 낡은 이발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