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번째 수상작 선정을 앞두고 있는 채만식 문학상에 대한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자료사진)

제정여건이 충분치 않은 군산시가 친일문학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금 1000만 원을 전액 시비로 충당 할 만큼 채만식문학상 제정을 유지하고자 했던 목적은 무엇일까?

그리고 14번째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있는 지금, 군산시가 그 목적을 얼마나 이루고 있는 지 점검해보자.

◆군산시에 미치는 영향?

초기 문학상은 출판사나 작가기념사업회 등에서 제정해 시상했지만 최근 지자체들이 지역 출신 작가들을 대상으로 문학상을 제정하는 일이 남발하면서 국내 문학상이 400여 개가 넘고 있는 상황이다.

출판사 등은 작가정신을 계승하고 문학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나, 지자체에서 문학상을 제정할 때는 출신 작가와 문학상을 통해 지역의 문화유산을 알리고 주민의 긍지를 높이고자 하는 일종의 홍보 전략도 포함 돼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지역 문학인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문학상에서 채만식 문학상이 권위를 수립하는 일 그리고 전액 시비인 상금 1000만 원을 투입하면서도 수상이 일회성에 그치는 것에 대한 개탄의 목소리가 높다.

채만식 문학상의 수상작 선정은 채만식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임명진 전북대 교수, 임기 2년)가 1년에 2차례 회의를 통해 먼저 추천위원을 선정한 후 추천위원이 최근 2년 동안 발표된 소설과 평론 중에서 10권 이내의 추천도서를 선정하고 다시 운영위원회가 선정한 심사위원들이 추천도서를 한 달 정도에 걸쳐 읽은 후 심사를 통해 수상작을 결정하는 구조이다.

초기 공모 방식이었으나 5회 동안 응모자가 22명에 그치는 등 저조한 호응으로 2010년 선정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처럼 기 출판된 작품들 속에서 추천위원 개인들이 추천도서를 선정하다보니 군산이나 채만식 문학을 홍보할 여지가 거의 없다.

게다가 문학상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을 별도의 행사 없이 군산시민의 날 행사 일부로 함께 치르다보니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하거나 수상작품에 대한 감상문 대회, 수상작가 강연 등을 연계하며 문학상 제정의 의의를 충분히 살릴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군산시 조례에 따르면 채만식문학상운영위원회는 수상자의 강연회 개최 등 부대행사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되어 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역의 한 문인은 “채만식문학상 수상이 신문 한 줄, 작가의 경력 한 줄 더해주는 역할 밖에 못 하고 있다”며 “좀 더 의미 있고 수상하는 작가들에게도 좀 더 뜻깊은 상이 될 수 있도록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울산 출신의 소설가 난계 오영수 선생을 기리기 위해 1993년 제정된 오영수문학상의 경우 문학상 수상작가 모임이 결성되었으며 작가 시상과 함께 심포지엄과 오영수문학관 방문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함께 열린다.

참고로 오영수문학상 수상자 중 송하춘(1995년), 백시종(2002년) 공지영(2004년), 성석제(2005년), 공선옥(2009년), 전성태(2011년) 손홍규 작가(2013년)가 채만식문학상 수상자와 겹친다는(전체 13명의 수상자 중 7명) 점도 의아하다. 

군산시에서는 예산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수상자 선정방식은 예년에 해오던 그대로라 잘 모르겠다”며 “부대행사는 예산이 너무 부족해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했다.

군산대 류보선 교수는 “채만식의 탁류는 채만식 홀로 쓴 소설이 아니라 군산의 전 역사와 그곳에 살던 민중들의 고통과 염원이 함께 써낸 소설”이라고 한 바 있다.

군산 시민들이 채만식문학상의 취지와 그 의의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관심을 가지며 응원할 수 있는 제도적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높다.